6개사 CEO 10억원 이상 받아…성과보상체계 점검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박상돈 고유선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와 은행에 이어 보험사와 증권사 등 제2금융권으로 임원 연봉 조사를 확대한다.
보험사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실적에 상관없이 은행장 못지않은 거액을 받아 금융권 성과체계를 왜곡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 하반기 중에 대형 생명·손해보험사와 증권사를 중심으로 성과보상체계 모범기준 준수 실태를 처음으로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회사 수익에 연동해 정확하게 보수를 받는지가 핵심이다. 회사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CEO가 연봉을 늘려왔다면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지주와 은행 임원의 불합리한 연봉을 조사하기로 함에 따라 보험업도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면서 "이익이 날 때에는 연봉을 많이 올리다가 손해가 나도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성과 보상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꼼꼼히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2011년 일부 보험사의 성과 체계를 점검해본 적이 있으나 이번처럼 대규모로 전수 조사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경기 불황으로 순익이 줄었으나 CEO가 10억원 이상 연봉을 받은 보험사만 4개에 달한다. 2012회계연도에 메리츠화재[000060] 등기이사 평균 연봉이 32억2천만원, 삼성생명[032830]이 13억4천400만원, 삼성화재[000810]가 11억8천500만원, 현대해상[001450]이 11억7천만원, 메리츠화재가 32억2천만원이다.
이는 해당 보험사의 등기이사 평균으로 오너나 사장은 평균치보다 훨씬 많은 보수를 챙긴 것으로 보인다.
기업공개를 하지 않는 교보생명 등 나머지 대형 보험사와 외국계 보험사를 포함하면 10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 CEO가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험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CEO 연봉은 본인 외에는 모를 정도로 기밀 사항"이라면서 "대형사의 경우 성과급 등을 포함하면 20여억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스톡옵션과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2회계연도에 삼성화재, 한화생명[088350], LIG손해보험[002550], 메리츠화재 등은 순익이 전년보다 줄었다.
보험사 직원의 고액 연봉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주시하고 있다.
2012회계연도 보험업계 최고 연봉은 현대해상으로 8천600만원이며 삼성화재(8천547만원), LIG손보(8천221만원), 한화생명(7천700만원), 삼성생명(7천400만원)도 높은 편이다. 연봉이 낮은 여성 창구 직원까지 포함한 것이어서 이들 보험사의 일반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한 보험사 사장은 "외국 보험사에 비하면 국내 보험사 CEO 연봉은 턱없는 낮은 수준"이라면서 "외부에서는 보는 것과 달리 보험사 임직원들은 엄격히 성과를 측정해 일한 만큼 보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CEO와 직원 연봉도 적지 않다.
2012회계연도 등기이사 평균 연봉은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11억2천200만원, 현대증권[003450]이 10억8천만원, 미래에셋증권[037620]이 9억400만원이다.
직원 평균 연봉은 아이엠투자증권이 1억4천600만원, KB투자증권이 9천600만원, NH농협증권[016420]이 9천300만원, 케이티비투자증권이 9천200만원,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9천만원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 업종도 일단 실태를 파악해 볼 계획"이라면서 "적자가 나고 어려워서 직원들을 구조조정해서 내보내는 시점에 임원들만 높은 연봉을 받는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8 06: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