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소득불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학교폭력 경험률이 높다는 외국 연구결과가 나왔다.
보건의료 연구공동체 시민건강증진연구소(소장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4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해외논문 '학교폭력과 살인, 소득불평등의 관계'를 공개했다.
이 논문은 프랭크 J. 엘가(Frank. J. Elgar) 박사 등이 국제 학술저널 '국제 공중보건'(International Journal of Public Health) 최근호에 실은 것. 연구팀은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보건기구(WHO)가 4년 단위로 벌인 '학령기 아동의 건강행동 연구'(the World Health Organisation-Health Behaviour in School-aged Children study) 자료를 활용해 결합 시계열 분석(pooled time series analysis) 방법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117개 국가의 소득불평등(지니계수)과 학교폭력 경험률의 관계를 살펴봤다. 학교폭력 경험은 가해 경험, 피해 경험, 가해와 피해 중복경험으로 측정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먼저 소득불평등 수준을 사분위수(Quartile)로 나눠 평균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소득불평등이 높으면 학교폭력 경험률이 높게 나타났다. 두 번째로 국가 단위의 소득불평등 수준이 개인의 학교폭력 경험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분석한 결과, 국가의 소득격차가 클수록 학교폭력 경험률이 증가했다.
이는 학교폭력 피해 경험, 가해 경험, 피해와 가해 중복 경험 비율 모두에서 같은 결과를 보였다.
즉, 소득불평등지수(지니계수)가 10% 악화하면 학교폭력 피해경험은 2.9%, 가해경험 2.5%, 가해와 피해 중복경험 4.0% 각각 상승하는 등 서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이 연구결과는 학교폭력의 원인과 책임을 학생 개인과 폭력 게임이나 영상물이 넘치는 주변환경으로 돌리면서 인성교육 강화를 해결방안으로 내놓는 한국사회에 문제의식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비롯한 한국사회가 학교폭력을 부르는 근본 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더는 무의미한 정책들의 실험대상으로 청소년을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연구소는 주문했다.
학교폭력은 청소년의 건강수준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이다. 특히 국가단위 학교폭력 발생률은 그 국가 청소년의 정신적 건강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올해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발표한 전국학교폭력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12.0%가 지난 1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
이 중에서 44.7%는 학교폭력 피해로 말미암아 자살생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올해 보고한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최하위인 23위를 기록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4 06: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