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측 "근속연수 등 고려하면 금융공기업 중위권 수준"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고유선 방현덕 기자 = 금융감독원의 평균 연봉이 9천만원을 돌파했다.
금융 감독이라는 권한을 쥔 금감원이 '고액 연봉'으로 인한 질시의 대상인 금융공기업과 대형 금융사의 보수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금감원 1인당 평균 연봉은 9천196만원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9개 금융공기업의 직원 평균 연봉 8천700만원보다 500여만원이 많았다.
금감원 직원 연봉은 기본급이 평균 5천76만원, 고정 수당이 2천707만원, 성과 상여금이 683만원, 실적 수당이 541만원, 급여성 복리 후생비가 186만원에 달했다.
금감원 직원 평균 연봉은 2007년 8천784만원, 2008년 8천811만원, 2009년 8천836만원까지 치솟았다가 2010년 8천591만원으로 떨어졌으나, 2011년 8천903만원으로 다시 올라갔다.
공기업 내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금융공기업 중에서도 금감원보다 직원 연봉이 높은 곳은 한국거래소(1억900만원), 예탁결제원(9천700만원) 밖에 없다. 295개 공공기관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6천200만원이었다.
금감원 직원 연봉은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005930](7천800만원)보다 훨씬 높다. 제조업 최고 임금을 받는 현대자동차[005380](8천900만원)보다도 많다. 중견 제조업의 평균 연봉은 3천만~4천만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금감원 직원은 1천788명이며 이 가운데 정규직이 1천611명에 달한다. 직원 규모도 2008년 1천509명에서 4년 만에 300여명이 급증했다. 사내 연애로 결혼한 부부만 33쌍에 달한다.
최근 금감원은 100여명에 달하는 직원 채용에 나섰는데 최고 직장으로 소문나면서 지원자가 쇄도했다.
금감원은 전문성이 필요한 금융감독업무 특성상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고임금 전문인력이 전체의 30%에 달하고 장기근속 인력 비중이 높기 때문에 평균임금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해명했다. 평균 근속 연수는 17.1년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근속 연수나 대졸 공채 비중 등을 고려하면 금감원 직원의 평균 연봉은 금융공기업 중위권 수준이며 시중은행 대졸 직원이 금감원보다 임금 수준이 더 높다"면서 "시중은행은 창구 직원이 포함돼 평균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금감원은 매년 금융위의 예산심의소위원회로부터 2개월 이상의 강도높은 심의를 받은 후 급여인상을 정하고 있다"면서 "2008년 이후 급여는 사실상 동결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의 통제를 받기는 하지만 은행, 보험, 카드 등 금융 전반에 대해 감독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위치에 있다. '슈퍼갑'이 연봉마저 최고 대우를 받는다며 금융사들은 떨떠름한 분위기다.
시가총액 50위 내에 있는 금융사 중 삼성생명[032830] 등 핵심 8개 사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7천500만원으로 금감원보다 1천700만원이 적다.
이들 중 가장 연봉이 많은 삼성생명(8천900만원)만 금감원과 비교할 수 있을 뿐 삼성화재[000810](7천200만원), 기업은행[024110](6천500만원), 삼성카드[029780](6천400만원), 신한은행(6천300만원), 국민은행(6천200만원) 등 쟁쟁한 금융사들도 크게 뒤졌다.
금감원장의 연봉은 지난해 3억3천480만원, 부원장은 2억7천70만원이었다. 반면 지난해 공공기관장 평균 연봉은 1억6천100만원이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갑을 관계가 문제가 되면서 금감원도 내부 직원 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금융권 내 슈퍼갑 위치는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30 09: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