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경수 서미숙 이율 기자 = 정부가 이번 주부터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주택 취득세율의 영구인하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일단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취득세는 전체 지방세 규모의 4분의 1 이상으로, 취득세율을 인하할 경우 지방세수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를 메우기 위해 다른 세원이나 세목과의 '빅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재정여건상 쉬운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취득세율 인하검토가 부동산 거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취득세율이 떨어질때까지 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간 이해가 크게 충돌하는 상황에서 인하시기가 지연되면 시장에는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 부처들이 갑론을박을 하는 사이에 부동산거래는 실종되고 이는 주택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그동안의 시도를 물거품으로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취득세율 인하를 검토한다면 빠른 시일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득세율 영구 인하 이유는
정부는 부동산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4%인 주택 취득세를 6개월∼1년씩 한시적으로 1∼3%로 인하해 거래 활성화를 유도해왔다.
2006년 이후 취득세의 부과 기준이 실거래가로 바뀌면서 4%의 세율이 과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취득세 과표는 실거래가 과세에 따라 약 3배 올랐지만, 세율은 5%에서 불과 1%포인트 낮아져 주택거래의 세 부담이 약 2.5배 오른 셈이 됐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취득세 인하 효과가 끝났을 때 주택거래가 급감하는 일명 '거래절벽'을 낳고 있다. 인하 시점을 기준으로 인하 전에는 거래량이 감소하고 인하 후 증가하다가 종료 직전 급격히 늘었다가 종료 후 급감하는 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취득세 감면 혜택이 한차례 종료되자 올해 1월 전국의 주택거래량은 총 2만7천70건으로 전월(10만8천482건) 대비 75% 감소했다.
특히 서울의 월간 주택거래량은 2천451건으로 2006년 실거래가 신고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취득세 인하와 환원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면서 주택 수요자들의 내성만 키웠다고 지적한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는 마치 백화점 세일기간이 끝난 것과 같아서 잠재 수요자들을 '다음 세일'을 기다리는 대기수요로 전환시킨다"며 "취득세 인하가 반짝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와 관련, 최근 2분기 부동산시장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주택투자자의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한시적인 취득세 감면 연장보다는 영구적인 세율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지방세수 벌충 방안
취득세율의 영구적인 인하에 앞서 마련돼야 할 것은 펑크나는 지방세수를 메워주는 방안이다.
정부가 기존에 해오던 대로 주택 취득세율을 ▲ 9억원 이하 주택은 2%→1% ▲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4%→2% ▲ 12억원 초과는 4%→3%로 영구히 낮춘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취득세수가 연간 2조7천억원 가량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올해 순계예산 기준 취득세수 13조8천202억원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세수결함을 메우는 방안으로는 ▲재산세 인상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수로 돌려 재산세에 통합하는 방안 ▲현재 부가가치세의 5%인 지방소비세로의 전환 비율을 높여주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는 재산세 쪽에서 조정을 해주면 지자체도 경기변동을 타지 않고 세수확보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재산세를 올리는 방법은 재산세 산출에 적용하는 세율을 직접 올리거나 공정시장가액비율(현재 60%)을 70∼80% 등으로 높여 과세표준을 올리는 방안,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을 올리는 등의 세 가지 방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1천400만명에 달하는 주택 재산세 납세 의무자들의 조세저항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공시가격을 현실화한다 하더라도 재산세 부담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동주택은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70~80% 안팎에 이르지만, 단독주택은 50~60%선에 그치고 있다. 지방과 수도권 등 지역간 격차도 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산세는 매년 납부하는 것이어서 취득세 인하보다 재산세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로 돌려 재산세에 통합하는 방안의 경우, 종부세는 이미 부동산교부세 형태로 지자체에 배분되고 있어 세수보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합하면 오히려 수도권 세수가 급증하고 다른 지역의 세수는 대폭 줄어드는 세수불균형이 생기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종부세는 연간 1조3천억원으로 취득세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재 부가가치세의 5%인 지방소비세 비율을 10%가량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은 지자체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만한 방안이다.
올해 순계예산기준 지방소비세는 3조1천689억원이기 때문에 이를 2배로 확대한다면, 감소하는 취득세수를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국세가 줄어든다.
지방소득세를 독립세로 전환하거나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보내는 교부세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취득세를 영구히 감면하면 지방세수 결함이 생기는데, 이에 따라 지방재정이 타격을 받지 않게끔 지방소비세나 소득세, 교부세 교부율을 높이는 등 세원이나 세목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처간 이해 충돌…전문가 "검토는 신중해도 결정은 빨라야"
지금까지 정부는 취득세율을 인하할 때마다 국고에서 지방세수 부족분을 보전해주는 방식을 썼다.
하지만, 취득세율을 영구 인하하면 국고보전은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세원이나 세목 교환이라는 형태의 '빅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행부 관계자는 "지방세수 부족이 해결될 수 있도록 국세에서 지방세로 빅딜형태의 세원 이양이나, 세목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산 당국은 '현재로선 무리한 아이디어'라고 반박한다. 늘어나는 복지재원 조달을 위해 기존 세출을 구조조정하고 경기침체로 세수까지 덜 걷히는 상황에서 재원을 지방쪽으로 돌리자는 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취득세 인하에 따른 이해가 부처간, 또 부처와 지자체간에 달라 합의에 이르기까지 지루한 논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취득세 인하를 정부에 건의한 새누리당도 세부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못한다. 그만큼 지방재정 문제가 풀기 어려운 뜻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취득세를 내리면 부동산거래가 살아날 수 있어 세수감소분을 어느 정도 충당할 것"이라며 "정부가 세율인하를 검토키로 방침을 정한 만큼 시장 혼란을 가중하지 않도록 결정과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충고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30 06:0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