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기관투자가 제도 개선·하이일드펀드 활성화 검토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고유선 기자 = 금융당국이 미국의 양적 완화 움직임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짐에 따라 국내 회사채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전방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회사채 신속인수제 부활, 채권안정펀드부터 담보부사채와 적격기관투자가(QIB) 제도 개선, 하이일드펀드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존재했거나 미진했던 제도를 총동원할 방침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같은 내용의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금융시장 변동 현황을 주시하면서 관련 대책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대응책으로 취약업종을 포함해 기업 전반의 자금애로 해소를 위한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25일 "외환차입구조의 안정화 및 기업 구조조정과 지원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필요시 금융회사의 자본확충 및 채권시장 안정화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며 위기 상황시 관련 대책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금융당국은 최근 STX[011810] 사태 등으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 '글로벌 쇼크' 여파마저 커질 경우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기업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조선, 해운, 건설 등 취약 업종이 무너지지 않도록 긴급 대비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오는 7월부터 12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만 19조8천555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부실 우려가 있는 'BBB' 이하 등급 물량만 2조9천172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 위기 시에 나왔던 회사채 대책들을 보완하거나 상황에 따라 다시 꺼내는 차원"이라면서 "일단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으며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급한 불을 끄고자 2001년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회사채 신속인수제의 재도입이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을 위해 기업들이 사모 방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 이를 산업은행이 인수해주는 것이다. 이 제도가 부활하면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는 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의 자금 조달이 한층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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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말하는 최수현 금감원장
-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세번째)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신용카드사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3.6.25 doobigi@yna.co.kr
기존에 마련된 회사채 안정책들도 현재 상황에 맞게 손질해 다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담보부사채 발행 활성화가 그중에 하나다. 담보부사채는 다양한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발행하는 사채다. 발행 근거 규정은 있으나 그동안 거의 발행되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중견기업들은 자산이 있어도 유동화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금융당국은 보유자산을 담보로 놓고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담보부사채를 활성화하는 게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를 없앨 수 있는 대안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내놓을 수 있는 담보물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 사채 발행을 원활하게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도입했으나 개점휴업 상태인 QIB 개선도 검토 대상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공모 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였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투자할 수 있는 기관을 엄격히 적용해 실적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가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이 거론되고 있다.
비우량 회사채 등을 편입해 운용하는 하이일드펀드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오고 있다. 비우량 회사채를 일정 수준 이상 편입한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자는 방안이다.
아울러 투자자를 찾지 못해 미매각 처리된 회사채를 아예 발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투자 수요가 없어 미매각으로 처리되더라도 증권사들이 모두 부담해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사의 자기자본비율이나 지급여력비율(RBC), 대손충담금을 최대한 많이 쌓도록 유도해 금융사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고 단기채를 장기채로 돌리도록 지도해 단기 유동성 경색이 생기지 않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5 07:5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