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오랜만에 완성도 높은 공포영화가 나왔다.
지난 몇 년 간 한국 공포영화 장르물이 강한 음향 효과와 괴기스러운 미술 효과로 깜짝 놀래키는 데 치중하는 경우가 많아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해 올 여름 시장을 겨냥한 영화 '더 웹툰: 예고살인'은 웹툰이라는 참신하고 흥미로운 소재를 기승전결의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조 안에 녹여내며 '공포'를 제대로 구현해냈다.
웹툰의 강렬한 이미지와 영화 영상을 매끄럽게 이어놓은 시각효과도 큰 볼거리다.
유명 포털사이트의 웹툰 편집장이 최고의 인기 작가 강지윤(이시영 분)에게서 새 원고를 넘겨받는다. 기대에 부풀어 열어본 웹툰에는 편집장 자신의 모습을 똑같이 그린 컷들이 담겨있다. 또 그녀가 남몰래 감춰온 어린 시절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똑같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녀는 곧 웹툰에 그려진 것과 똑같이 무참히 살해되고 만다.
다음날 사건 현장에 도착한 담당 형사 기철(엄기준)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자살이라고 결론내리려 한다. 그러가 책상 위 모니터에 있는 웹툰을 보고 이 사건에 뭔가가 있음을 감지한다.
기철은 지윤을 찾아가 사건과의 관련성을 추궁하는데, 지윤은 웹툰이 모두 지어낸 얘기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다. 그러나 곧 지윤이 그린 다른 웹툰에 등장하는 장의사 조씨(권해효)가 웹툰에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하며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진다.
영화는 '웹툰에 그려진 대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플롯을 전반부에 긴장감 있게 펼쳐놓는다.
웹툰의 그림과 실사 장면이 고스란히 겹치는 효과는 허구의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인간의 보편적인 공포심을 증폭시킨다. 무서운 이야기가 상상 속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으로 튀어나올 수도 있다는 데서 느끼는 두려움을 환기시킨다.
이런 효과를 내기 위해 작가가 웹툰의 밑그림을 미리 그리고 그에 맞춰 실사 촬영을 한 뒤 다시 작가가 촬영본을 보고 최종 웹툰 컷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공을 들였다고 한다.
김대일 작가가 그린 웹툰은 컴퓨터그래픽(CG) 효과와 결합돼 그 자체만으로도 스크린 위에서 강렬한 기운을 뿜어낸다.
아울러 영화에 등장하는 몇 개의 살인사건과 관련 인물들이 각자 나름의 이유와 사연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이야기에 몰입도를 높인다. 이야기의 주제는 다분히 인과응보(因果應報) 성격의 새롭지 않은 교훈이다. 하지만, 이들이 저지르는 잘못이 누구나 지니고 있을 법한 평범한 이기심에서 비롯된다는 설정은 공감과 성찰의 단초를 주기도 한다.
다만, 영화 후반부는 일찌감치 결말에 관한 윤곽이 거의 드러나면서 느슨해지는 편이다. 마지막 일전을 위해 주인공의 어이없는 실수를 만들어 넣은 부분은 작위적인 느낌이 짙어 아쉽다.
주연배우 이시영은 특유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배우로서의 '본색'을 드러낸다. 엄기준의 안정된 연기도 믿음직스럽다.
공포영화 '분홍신'(2005)을 비롯해 '와니와 준하'(2001),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을 연출한 김용균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27일 개봉. 상영시간 104분. 15세 이상 관람가.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8 06:5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