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금나와라 뚝딱'서 바람둥이 막내 현태 역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MBC 주말극 '금나와라 뚝딱'의 현태는 온갖 미운 짓을 한다. 아내가 뻔히 아는데도 버젓이 결혼 전 사귀던 애인을 만나고, 돈 많은 아버지만 바라볼 뿐 제 일을 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미워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못난 놈'이라 부르고, 아버지와 불륜으로 맺어진 어머니를 향해 '이렇게 살지 말자'고 울먹이는 모습을 보면 상처입은 청년의 아픔이 전해진다.
신예 박서준(25)의 연기는 현태를 밉지 않은 인물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출연작이 불과 세 편에 불과한 이 신인 배우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 장면에서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디션에서 같은 대사를 해도 더 아프게 다가온다는 평가를 들었던 그는 "현태가 뼛속까지 나쁜 놈은 아니다"며 "상처가 있어서 표현이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자관계만 그려졌다면 현태가 나쁜 놈으로 비쳐질 수 있었을 텐데 엄마에 대한 애정과 집안에서 주눅들어 사는 모습이 함께 그려지면서 동정과 연민을 끌어내는 것 같아요. 현태는 집안에서 주눅 든 감정을 밖에서 노는 걸로 표출해요. 나름의 생존법인 거죠."
박서준이 잘 나가는 바람둥이 현태를 표현하기 위해 참고한 작품은 주드 로가 주연한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2004)다. 섹시한 바람둥이로 분한 주드 로의 눈빛과 섬세한 연기를 중점적으로 봤단다.
"바람둥이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섹시함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섹시함에 대한 열망 같은 게 있어요.(웃음) 그런 게 있어야 연기자로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바람둥이는 귀엽기도 해야 해요. '알피'에서 주드 로도 섹시하면서 귀엽게 나와요."
그는 "실제로 바람둥이 기질은 없다"며 "한 번에 두 가지를 잘 못한다"고 웃었다.
삼 형제 중 막내인 현태와 달리 박서준은 집안의 장남이다. 게다가 삼 형제 중 맏이다. 그렇지만 막내 역할이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집에서 동생들이 어떻게 하는 지 많이 관찰했어요. 둘째 남동생 하는 행동이 현태랑 많이 닮았더라고요. 부모님은 제가 현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을 전혀 상상하지 못하셨어요. 집안에서는 말수 없는 장남이거든요. 그렇지만 집 밖에서는 제가 첫째인 줄 몰라요. 밖에서는 낯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다니거든요."
그는 "촬영장에서는 남자 연기자 중 막내이기 때문에 애교 부리는 성격이 아닌 데도 선배들에게 애교를 많이 떨려고 노력한다"며 웃었다.
현태의 아내 몽현을 연기하는 백진희는 '말이 잘 통하는 파트너'다.
박서준은 "그동안 짝사랑하는 역할만 하다가 멜로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진희 씨는 나보다 멜로 연기 경험이 많아 많이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방송에서는 몽현과 현태가 처음으로 손을 잡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둘은 어색해했지만 허울 좋은 부부였던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열었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호응은 컸다.
박서준은 "어색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태에게 몽현이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에요. 자신과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다른 사고방식을 가졌기에 더 끌린다고 생각해요. 현태가 보통 만나던 여자라면 과감히 손을 잡았을 테지만 몽현이에게는 그렇게 못 할 것 같았어요."
그는 '실제로 백진희와 사귀라'는 주변의 부추김에 대해 "잘 어울려서 그런 것 같다"고 웃음으로 넘겼다.
박서준이 배우를 꿈꾸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시절 학교 축제 코스프레 무대에 서면서부터.
무대 위에서 '수천 개의 눈동자가 나를 향하는 희열'을 맛본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연기학원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울예대 연기과에 들어갔지만 '그동안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연기를 했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한 학기를 마치고 바로 군대에 갔다. 군을 제대하고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 연기자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뮤직비디오를 제외하면 지난해 KBS2 드라마 '드림하이 2'가 그의 데뷔작이다. 이후 KBS2 시트콤 '패밀리'를 거쳐 '금나와라 뚝딱'의 현태를 만났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천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하면 할수록 난 연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를 하는 게 즐겁습니다. 이제는 카메라 앞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걸 느껴요."
그는 "앞으로 연기자로서 믿음이 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6 07: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