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북미관계 포괄적 의제로 접근해야…대화 시작이 중요"
"북미협상도 남북대화 토대 바람직…남북대화 곧 재개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류미나 기자 =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6·15 남북정상회담 13주년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방한한 찰스 암스트롱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는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포괄적 의제들 가운데 하나로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역사학자 겸 북한 문제 전문가인 암스트롱 교수는 컬럼비아대 한국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끌어내는 것이 옳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화가 재개되면 최소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대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북한은 계속 핵무력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암스트롱 교수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무력·경제발전 병진노선은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핵무기가 대규모 재래식 군비보다 유지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핵개발에도 많은 돈이 들며 북한이 핵무장을 고집하는 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외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진정으로 경제발전을 원한다면 핵무장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1년에 이어 작년에도 북한을 방문했는데 곳곳에서 변화가 감지됐으며 특히 평양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며 김정은 정권의 경제발전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암스트롱 교수는 최근 남북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급을 둘러싼 이견으로 남북 대화가 무산된 데 대해서는 "남북한 모두 정치적 합의가 부족했다고 본다"며 "진정한 상호 이해가 모자라 많은 오해를 빚은 것도 회담 무산의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됐지만 남북간 대화는 잠시 연기된 것에 불과하다"며 "한국 정부가 국내 정치적 지지를 끌어낸다면 이번 여름 안으로 대화가 재개되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상황에서 16일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암스트롱 교수는 북미 대화도 남북 대화를 토대로 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관한 협상은 남북 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한반도는 물론이고 그 어떤 갈등 상황에서도 '안에서 밖으로 구축되는 평화(peace built from the inside out)'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밝혔다.
암스트롱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국내에서 강한 정치적 지지를 얻는다면 성공적인 대북 접근법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이상적으로 볼 때 신뢰 프로세스는 진보적인 정권이 펼 수 있는 최상의 대북 정책과 한국 국민이 중요시하는 대북 억지력을 결합할 수 있다"며 "쉽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좋은 노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뢰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남북 양측을 대화로 끌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그 배경과 의미, 전망 등에 대해 꾸준히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암스트롱 교수는 "과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그 의도와는 달리 북한에 대한 '퍼주기'라는 의구심을 불식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6 13: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