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봉 고경명의 유서석록(遊瑞石錄)' 재현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창랑의 물이 맑아 내 갓끈을 씻네. 창랑의 물이 더러우니 내 발을 씻는다."
시 한 구절을 읊은 선비 일행은 무등산 계곡에 발을 담근 채 큰소리로 웃었다.
13일 광주문화재단은 지난 1574년(선조 7년) 제봉 고경명이 무등산을 유람하며 남긴 '유서석록(遊瑞石錄)'을 재현했다.
440여년 전 무등산 곳곳을 노닐며 탐방하는 선비들의 모습이 국립공원 무등산의 푸른 신록과 시원한 계곡에서 생생하게 다시 펼쳐졌다.
'유서석록'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당시 '서석산'으로 불리던 무등산을 유람하고 그 기록을 남긴 기행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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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산 오르는 선비들
-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13일 오전 광주 동구 국립공원 무등산 증심사 일주문과 장불재 일대에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무등산 기행문인 '유서석록(遊瑞石錄)'가 재현됐다. 사진은 이날 증심사 일주문을 지나 무등산을 오르는 선비들을 재연하는 모습. 2013.6.13 pch80@yna.co.kr
1574년 제봉 고경명이 당시 74세의 광주 목사 임훈 일행과 함께 무등산에 올랐던 감상을 기술한 책으로 16세기 당시의 무등산과 인근의 모습이 자세하게 기록돼 지금까지 전해오는 무등산 유람기 중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문헌으로 평가된다.
재현행사에는 놀이패 '신명'의 배우들이 전통 선비 복장을 하고 '유서석록'에 기록된 무등산의 주요 장소를 유람하는 선비들의 모습을 재연했다.
이들과 함께 지난 5월 모집한 화가, 사진작가 등 문화예술인 탐방단 20여명이 현장의 모습을 캔버스와 카메라에 담았다.
이날 오전 무등산 증심사 일주문 부근 계속에서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근 제봉 고경명과 선비들이 다른 일행을 기다리며 시를 읊는 모습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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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산에서 만나는 선비들
-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13일 오전 광주 동구 국립공원 무등산 증심사 일주문과 장불재 일대에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무등산 기행문인 '유서석록(遊瑞石錄)'가 재현됐다. 사진은 이날 증심사 일주문 부근에서 선비들이 서로 만나는 모습을 재연하는 모습. 2013.6.13 pch80@yna.co.kr
일주문을 지나 무등산을 오르는 탐사단 출발 장면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장불재에 올라 무등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조 낭송과 무등 세상을 기원하는 기원무를 펼쳤다.
14일에는 무등산 정상 인근에 올라 일출을 보고 입석대로 이동해 입석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재연극을 할 예정이다.
광주문화재단 관계자는 "호남 정신세계의 토대인 무등산이 이번 재연행사를 통해 단순 등산지에서 벗어나 문화 콘텐츠 재창작의 장으로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3 11:5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