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방향 동시 굴착'…중장비 2천900여 대 동시 투입
(인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전장 11㎞의 국내 최장 터널이자 세계에서 11번째로 긴 '인제터널'이 완공 2년여를 앞두고 속살을 드러냈다.
12일 백두대간을 동서로 관통하는 동홍천∼양양 고속도로(길이 71.7㎞)의 핵심 사업인 인제터널 공사가 한창인 강원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로 차량을 몰았다.
이날 한국도로공사 측의 공사 현황 설명회가 열린 홍천양양건설사업단 제14공구 현장은 국내에서 생태보존이 가장 뛰어난 곰배령과 이단폭포로 유명한 진동계곡 사이에 있다.
비가 내리고 나서 운해(雲海)가 그림처럼 펼쳐진 418번 지방도를 따라 진방 삼거리를 지나서 양양방면으로 15분가량을 더 내달리자 지난해 9월 굴착 공사를 끝낸 인제터널 입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백두대간을 동서로 관통하는 인제터널은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자 지표면에서 300~550m가량 지하에 숨겨져 있어 마치 첩첩산중의 요새와도 같았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11㎞에 이르는 터널은 굴착 공사만 평균 5년가량 소요되지만 인제터널은 2년 5개월 만에 뚫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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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장 11㎞ 모습 드러낸 국내 최장 '인제터널'
- (인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전장 11㎞의 국내 최장 터널이자 세계에서 11번째로 긴 '인제터널'이 완공 2년여를 앞두고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은 굴착 공사가 끝난 인제터널의 양방향 진입로 모습. <<지방기사 참고>> 2013.6.12 jlee@yna.co.kr
터널 공사는 양쪽 끝에서 파고들어가 중간에서 만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국내 최장인 인제터널을 양쪽에서 뚫으면 공사 기간만 하염없이 늘어질 뿐이다.
이 때문에 터널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간부에 '사갱'을 먼저 뚫고서 양양과 인제 방면에서 동시에 굴진 하는 이른바 '네 방향 동시 굴착 공법'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연인원 5만여 명과 중장비 2천900여 대가 네 방향에 동시 투입돼 하루 평균 25m씩 굴착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취재진들도 인제터널의 허리 지점인 사갱을 통해 터널의 내부로 진입했다.
어두컴컴한 진입로를 지나자마자 끝없이 이어진 비포장 내리막 구간은 이 터널이 지하 300∼550m 지점에 설계됐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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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장 11㎞ 모습 드러낸 국내 최장 '인제터널'
- (인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전장 11㎞의 국내 최장 터널이자 세계에서 11번째로 긴 '인제터널'이 완공 2년여를 앞두고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은 굴착을 끝낸 터널 내부에서 공사 현장 관계자들이 라이닝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준비하는 모습. <<지방기사 참고>> 2013.6.12 jlee@yna.co.kr
"얼마나 더 깊이 내려가야 하느냐"는 질문이 두세 차례 오간 뒤에야 비로소 본 터널의 중간지점에 다다를 수 있었다.
완만한 'S자' 곡선으로 쭉 뻗은 본 터널 내부는 요철이 심한 비포장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차량을 타고 관통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공사가 상당히 진척된 모습이었다.
굴착이 끝난 모든 구간에서는 숏크리트 타설에 이어 내벽 방수작업과 콘크리트 라이닝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여름철 터널에서 작업하면 답답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터널이 지하 수 백여m 지점이라 한여름 폭염에도 더위를 느낄 수 없다. 오히려 밖이 더 걱정"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제터널은 하루 평균 4만2천대의 차량 통행으로 발생하는 매연 등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기 위한 첨단 환기시설도 갖춘다.
높이 200m와 300m인 환기터널 2개를 만들어 초당 1천200㎥의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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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태천 1교'에서 작업하는 근로자
- (인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동홍천~양양 고속도로 완공 2년여를 앞두고 지상에서 60m∼70m 높이에 건설되는 방태천 1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제 진동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방태천 1교 상판에서 근로자들이 배근 작업을 하고 있다. <<지방기사 참고>> 2013.6.12 jlee@yna.co.kr
특히 화재 시 초동 진화와 확산 방지를 위해 전 구간에 스프링클러와 유사한 '물 분무 시스템'이 설치된다고 도로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터널 내부를 살펴보고 다시 입구로 빠져나오면서 인제터널이 국내 최장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긴 시간을 내달려 인제터널 밖으로 나오자 이번에는 지표면에서 60~70m 높이에 교량이 건설되는 '방태천1교' 상판 공사가 한창인 제13공구로 향했다.
가파른 고갯길을 올라 방태천1교에서 내려다본 인제 진동마을은 때마침 운무가 펼쳐져 신선 마을이 따로 없을 만큼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했다.
자칫 고소공포증을 느낄만한 이 높은 곳에서도 근로자들은 여전히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동홍천∼양양 고속도로 개통을 위해 묵묵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총 공사비 5천347억원이 투입되는 인제터널은 2010년 5월 공사 첫 삽을 뜬 이후 현재 45%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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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습 드러낸 '방태천 1교'
- (인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 지르는 동홍천~양양 고속도로 완공 2년여를 앞두고 지상에서 60m∼70m 높이에 건설되는 방태천 1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판 공사가 한창인 방태천 1교의 모습. <<지방기사 참고>> 2013.6.12 jlee@yna.co.kr
백두대간을 동서로 관통하는 인제터널을 포함한 동홍천∼양양 고속도로가 2015년 12월 개통하면 서울∼동해안 통행 시간은 3시간 30분에서 1시간 30분대로 2시간가량 단축된다.
동해안으로 향하는 최단거리 노선 개통은 수도권 관광객에게는 더 없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인제지역 주민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동서를 관통하는 최단 거리인 만큼 이 구간 중간에 있는 인제지역 주민들은 관광객이 더는 머물지 않고 스쳐 지나치는 곳으로 전락할 것을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최종열 인제군의장은 "인제터널이 국내 최장 터널이라는 점에서 명물이 되겠지만, 수도권과 동해안을 직접 연결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며 "특히 황태의 고장인 용대리 지역은 이미 상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동해안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핵심 사업인 인제터널 개통이 2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어떤 변화의 모습이 펼쳐질지 주목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2 17: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