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살아 있지도,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닌 '좀비'라는 존재는 늘 B급 오락 영화의 소재였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한층 더 강력해진 좀비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중심에서 무서운 속도로 진격하며 전세계를 위협하고 나섰다.
브래드 피트가 제작과 주연을 맡은 영화 '월드워Z'는 전직 유엔 조사관 '제리'(브래드 피트 분)의 평온한 가정과 전세계적인 이상 징후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시작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도시를 겨우 빠져나온 제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병의 근원을 찾아 대재난을 막는 것이다.
대통령도 죽고 부통령은 행방불명에, 전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파괴되는 상황. 가족과 함께하려고 일도 그만뒀던 제리는 결국 가족을 지키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대재난의 한복판에 뛰어든다.
제리가 가장 먼저 파견되는 곳이 다름 아닌 한국이라는 설정은 흥미롭다. 제리는 '좀비'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한 평택 미군기지 보고서를 토대로 평택에 파견돼 병의 기원을 찾아 나선다.
이후 영화는 좀비의 기원을 추적하는 제리의 여정을 따라 높은 장벽을 쌓은 이스라엘 예루살렘 등으로 무대를 옮기며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영화는 소리에 민감하고 단 12초면 인간을 좀비로 만들고 마는 좀비와의 쫓고 쫓기는 장면 등을 통해 시종일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돌진하는 대규모 좀비 군단의 습격은 박진감 그 자체다.
특히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좀비의 무차별 공격과 탑을 쌓아 거대한 이스라엘 장벽을 넘는 좀비떼, 2만 피트 상공의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좀비와의 사투 등은 한 마디로 장관이다.
주인공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전세계를 구하러 목숨 걸고 나선다는 부분은 전형적인 재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다.
그래도 여타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와 달리 미국 정부가 멸망 위기에 놓인 전세계를 구한다거나 전세계적인 재난이 주인공 덕분에 단 한 번에 해결된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이 그나마 이 영화가 지닌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바이러스 전문가라는 박사가 자신의 오발로 어이없이 죽거나 '위장 백신'을 찾은 제리가 콜라를 마시는 장면 등은 보는 이의 실소를 유발한다.
북한에 무기를 팔다 잡힌 CIA 요원의 입을 통해 북한이 2천300만 인민의 이를 모두 뽑아 바이러스 전염을 막는다는 부분은 할리우드의 눈에 비친 북한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는 듯하다.
브래드 피트는 맥스 브룩스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의 영화화 판권을 두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인류 대재난을 경험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간 원작과 달리 주인공 제리를 중심으로 영화를 풀어나갔다. 마크 포스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일 개봉. 상영시간 115분. 15세 관람가.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1 17: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