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극 '남자가 사랑할 때'서 열연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아직 베드신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정말 멋진 멜로 영화에서 사랑하는 상대와의 베드신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물론 드라마에서는 어렵겠지만요."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의 주인공 한태상이 서른이 넘어 첫 사랑을 겪으며 성장한 것처럼, 배우 송승헌도 드라마를 통해 연기의 깊이를 적어도 한 뼘은 더한 듯했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남자 주인공 한태상 역을 맡아 열연한 송승헌을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났다.
"이번 작품에서는 '송승헌 연기'를 깨보려고 노력했어요. 눈빛이나 행동에서 기존의 연기 방식이나 갖고 있던 버릇이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예전의 모습을 버리려 새로운 시도를 굉장히 많이 했죠."
송승헌이 연기한 한태상은 조직 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업가다. 극중 태상은 유년기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아픈 기억에 쉽사리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지만, 돈을 받으러 간 집에서 우연히 만난 서미도(신세경 분)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서미도가 자신과, 자신의 친동생같은 이재희(연우진 분)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깊은 고통을 느낀다.
많은 시청자는 서미도를 '어장관리녀', '양다리녀'라고 비난하면서 한태상에게 감정을 이입했다.
"사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 어떤 작품보다 한태상 캐릭터를 많은 시청자 분들이 포용해주셨어요. 굉장히 많은 분들이 제 캐릭터에 감정이 이입된 것이 느껴졌어요. 배우 송승헌으로서 정말 힘이 많이 났죠."
그러면서도 그는 "작품을 촬영하면서 '좋다좋다' 해 줘도 힘든 점이 많은데 방송이 끝날 때마다 '어장관리한다' 비난을 들으면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일 것"이라며 "신세경씨나 연우진씨가 '욕먹어도 괜찮다. 작품이 중요하다'고 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며 후배들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송승헌은 이번 드라마에서 변화의 폭이 매우 넓은 연기를 했다. 강렬한 눈빛으로 몸을 날려 액션 연기를 하다가도,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팩 마사지를 하는 모습까지 소화해야 했다.
송승헌은 "사랑하면 누구나 굉장히 유치해지는 것 같다"면서 "또 사랑할 때만큼은 모두 슈퍼맨이 된다. 잠도 안오고, 피곤하지도 않고, 하루종일 그 사람이 생각난다. 사랑의 힘은 굉장히 센 것 같다"고 사랑론을 폈다.
자신과 태상의 연애 스타일을 비교해 달라 청하자 "여자의 심리를 잘 모르는 부분이 나와 비슷한 것 같다"며 "과거 만났던 여성에게서 '여자 마음을 왜 그렇게 모르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촬영하면서 여성의 심리를 표현하는 대사와 상황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는데 감독님과 신세경씨는 저와 전혀 다르게 해석하더라고요. 감독님이 웃으면서 '너는 그래서 안 되는 거야'라고 농담도 하셨죠.(웃음)"
드라마는 지난주 목요일 20회로 완결됐다. 한태상과 서미도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 마지막 순간 서로를 마주보며 미소짓는다. '자신의 연기에 몇 점을 줄 수 있겠냐'고 묻자 그는 외마디 탄식과 함께 한참을 고민한다.
"51점이요. 50점에 1점을 더한 이유는 조금은 내 나쁜 버릇을 버리려고 노력했고,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에요. 조금은 연기에 대해 용기를 얻었고 자신감도, 의욕도 생겼던 작품이었어요."
송승헌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바른생활 사나이', '착한 남자'다. 1995년 모델로 데뷔한 뒤 20년 가까이 연기자로 살아오며 별다른 스캔들도 겪지 않았다. 연기 변신에 대한 욕망은 없을까.
"해보고 싶은 역할이 너무 많아요. 매력적인 뱀파이어 역할을 해보고 싶고요.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최민식 선배의 미친 살인마 역할도 끌려요. 그리고 제가 아직 베드신도 해본 적이 없어요. 정말 멋진 멜로 영화에서 사랑하는 상대와 베드신을 연기하는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연기 변신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쌓은 이미지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부담감을 무시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예전에 연쇄살인범 캐릭터를 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었어요. 제작하는 쪽에서도 '송승헌씨가 이걸 한다고요?' 반문할 정도의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안했죠. 그때는 이미지를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그래도 배우로서 이미지를 바꾸려 노력도 많이 했다. 드라마 '가을동화'나 '여름향기'를 통해 짙어진 '순애보' 이미지에 변화를 주려고 군대를 다녀와서는 일부러 '숙명', '무적자', '에덴의 동쪽' 등의 거친 남자 역할을 주로 택했다고 한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남녀 구분이 모호해졌잖아요. 남자도 굉장히 예쁘장하게 꾸미고요. 제 취향과는 너무 달라요. 저는 '꽃미남' 얘기를 정말 싫어해요. 과거 제게 꽃미남이라고 말해주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꽃미남 아닌데 왜 그렇게 이야기할까' 생각했죠.(웃음)"
'남자가 사랑할 때'의 한태상은 서른이 넘어 첫 사랑의 아픔을 겪으며 성장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지나보낸 그는 결혼이라는 큰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마음같아선 당장 하고 싶어요. 만약 '훌륭한 배우가 될래, 훌륭한 가장이 될래'라고 누가 물으면 저는 후자예요. 작고 소박한 가정을 꾸미는 것이 꿈이긴 한데, 주변을 보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번 작품 하면서 내린 결론도 '사랑은 참 어렵다'예요. 태상은 결혼이 사랑의 결말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오히려 결혼이 시작이잖아요. 한 가정의 가장이 되기에는 아직 제가 준비가 안 된 것 같네요."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2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