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스키외의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로마(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지 1천600여 년이 지났지만 로마 제국은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원천이다.
특히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로마 제국의 몰락 원인은 여전히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미스터리다.
로마 제국의 내부에서 붕괴 이유를 찾은 '로마제국쇠망사'의 에드워드 기번 등 수많은 역사가가 로마 제국 몰락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푸는데 도전했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샤를 등 몽테스키외(1689-1755)는 저서 '몽테스키외의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에서 로마 제국의 쇠락 원인에 대해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다.
로마 제국이 내부의 분열과 혼란 때문에 멸망한 것이 아니라 정복 사업으로 인한 번영 때문에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는 것이다.
정치학자답게 몽테스키외의 주요 관심사는 로마의 정치 체제다. 그는 정치 체제에서 로마 제국의 몰락 원인을 찾고자 했다.
몽테스키외가 로마 제국 번영의 원천으로 본 정치 체제는 공화제였다.
두 명의 집정관이 원로원과 함께 다스리는 집단통치체제인 공화제는 왕정과 귀족제에 이어 등장한 정치 체제였다. 특히 몽테스키외는 권력 남용을 허용하지 않는 로마의 정치 체제에 감탄했다.
"로마 정부를 보면 진정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탄생 이래로 민중의 정신에 의해서든, 원로원의 힘에 의해서든, 아니면 정무관의 권한에 의해서든 간에 어떠한 권력 남용도 언제나 그 구성에 의해 바로잡혔다. 카르타고가 패망한 것은 그들이 권력의 오남용을 시정해야 할 때 한니발의 개입조차 받아들이지 않아서였다."(128쪽)
하지만 정복 사업을 통한 제국의 확장과 번영이 도리어 제국에 해악이 되고 말았다고 몽테스키외는 분석한다.
그는 "얄궂게도, 로마에게 해악이 된 것은 바로 공화국의 번영이었다. 그 번영이 온갖 분란을 일으켰고 민중의 소요를 내전으로 격화시켰다"고 진단한다.
또 "로마가 자유를 잃어버린 것은 추진하던 과업을 너무 빨리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몽테스키외는 왕정에서 공화정, 제국으로 이어지는 로마 정치 체제의 변화를 따라가며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추적한다.
1734년 '로마의 흥망성쇠에 대한 원인 고찰론'이란 제목으로 암스테르담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페르시아인의 편지'(1721), '법의 정신'(1748)과 함께 몽테스키외의 3대 대표작으로 꼽힌다.
로마 제국의 몰락 원인을 정치학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풀어낸 이 책은 에드워드 기번 등 후배 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로마사 초보자에겐 다소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김미선 옮김. 사이. 336쪽. 1만5천400원.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0 11:5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