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미국에서 긴급 구조를 요청하는 곳인 911 콜센터. 하루에도 수많은 응급상황이 쏟아지는 이곳의 풍경은 어떨까.
영화 '더 콜'은 911 콜센터의 24시간 긴박한 모습과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범죄 스릴러와 접목시켜 흥미롭게 그려냈다.
우선 911 콜센터라는 소재 자체가 참신하다. 우리나라의 119처럼 모든 사람이 전화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이지만, 그 내밀한 풍경은 영화나 TV드라마 등에서 다뤄진 적이 많지 않다.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으로 콜센터 요원이 등장하고 게다가 여성이라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조던'(할 베리)은 911 콜센터의 유능한 요원이다. 침착하고 기민한 일 처리로 동료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한 소녀의 응급 전화에 대응하다가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이후 6개월간 조던은 자신의 잘못으로 소녀를 죽게 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며 본 업무를 하지 못하고 신입 요원 교육 업무를 맡게 된다.
그리고 한 쇼핑몰에서 또다른 소녀(아비게일 브레스린)가 괴한에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자동차 트렁크에 갇힌 채 어딘가로 끌려가던 소녀는 범인 모르게 갖고 있던 휴대전화로 911에 전화해 구조를 요청한다. 우연히 이 전화를 받게 된 조던. 하지만 전화기는 위치 추적이 안 되는 전화기여서 범행 차량의 위치를 찾아내기 어렵다. 조던은 소녀와 통화를 지속하며 범행 차량과 범인에 관한 실마리를 찾아내려고 사력을 다한다.
영화 초반에는 '벌집'에 비유되는 911 콜센터의 긴박한 풍경이 눈길을 끈다. 1일 26만8천 건, 1초당 3건의 벨소리가 울리는 이곳은 한꺼번에 수많은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처럼 들려 '벌집'으로 불린다. 전화를 받는 요원이 상황의 핵심을 얼마나 빨리 정리해 경찰에 전달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생사가 결정되기 때문에 통화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실린다.
특히 주인공 조던이 처음에 어느 주택에 침입한 범죄자에 맞서 소녀에게 행동 요령을 급히 알려주는 상황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 결국 이 상황이 비극적으로 끝나고 그로 인해 주인공이 괴로워하는 심정은 배우 할리 베리의 깊이 있는 연기로 진지하게 전달된다.
이 사건의 범죄자가 또다른 소녀를 납치하고 그에 맞서 주인공이 전화선을 통해 범인과 사투를 벌이는 상황은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상업영화로서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와 연출이 돋보인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후반부에 범인의 싸이코패스 성격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잔혹성이 짙어진다는 점이다.
전화선을 사이에 두고 콜센터 요원과 범인이 보이지 않는 추격전을 벌이는 부분만으로도 영화는 재미를 확보했다. 그런데도 스릴러 요소를 더 강화하기 위해 범인을 과장해서 그리다 보니 볼수록 거부감이 커진다. 굳이 그렇게까지 불쾌한 장면을 많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20일 개봉. 상영시간 94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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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06 08: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