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19세기 덴마크의 유명 화가 P.S. 크뢰이어에게는 아름다운 아내 '마리'(비르기트 요르트 소렌슨)가 있다.
그녀는 한때 화가가 되기를 꿈꿨지만 자신에게 재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남편에게서 예술적인 이상향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뛰어난 작품들로 유럽 전역에 유명세를 떨치는 크뢰이어에게는 남모르는 병이 있다. 심한 망상에 시달리며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 그는 상태가 점점 나빠지면서 아내와 딸을 괴롭히고 목숨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온전치 않은 남편의 곁에서 불행한 나날을 보내던 마리는 절망에 빠진다.
그러던 중 친구의 권유로 스웨덴에 여행을 떠나고 이곳에서 친구의 애인이었던 작곡가 '휴고'를 만난다. 그의 낭만적이고 열렬한 구애에 넘어간 마리는 결국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남편에게 자신의 외도 사실을 알리고 이혼을 요구한다. 이를 계기로 크뢰이어의 정신병은 더 심해지고, 사랑을 택한 마리는 딸을 두고 집을 떠난다.
영화 '마리 크뢰이어'는 아름다운 외모로 남자들을 매혹시키지만 진정한 사랑을 받지는 못한 한 여자의 기구한 삶을 그린 드라마다. 누구나 흠모할 만한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영혼이 불안해 병들어가는 천재 화가의 옆에서 상처받는 한 여자의 처연한 운명을 보여준다.
또 연인에게서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자이면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삶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자들이 맞닥뜨리는 숙명적인 슬픔도 담았다.
하지만 예술가의 아내로 살다 불행해진 한 여자의 이야기 속에서 예술을 갈구하는 인간이 맞닥뜨리게 되는 근원적인 고통이나 한 여성의 진지한 자아 찾기를 고민하는 깊이 있는 시선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역사의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했지만, 많은 사람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정복자 펠레'(1988)와 '최선의 의도'(1992)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빌 어거스트 감독이 오랜만에 고향인 덴마크에서 만든 신작이다.
13일 개봉. 상영시간 98분. 청소년관람불가.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06 09: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