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 왕릉제도를 탕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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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지난 2006년부터 세계유산 조선왕릉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조선왕릉 종합학술조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올해는 '조선왕릉 종합학술조사보고서(Ⅵ·Ⅶ)'를 발간하였다.
두 권으로 발간된 보고서에는 총 7기의 왕릉과 왕후릉에 대한 내용을 실었다. 제Ⅵ권에는 ▲명릉(숙종, 인현·인원왕후) ▲익릉(인경왕후) ▲의릉(경종, 선의왕후) 등 3기가, 제Ⅶ권에는 ▲혜릉(단의왕후) ▲원릉(영조, 정순왕후) ▲홍릉(정성왕후) ▲영릉(추존 진종, 효순왕후) 등 4기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었다.
이번 보고서에 실린 7기의 능은 17세기 왕릉 양식을 마지막으로 계승한 익릉(1681년)을 제외하고 모두 18세기에 조성되었다. 익릉을 제외한 나머지 6기의 능 조성 배경에는 치열한 당쟁(黨爭) 속에서도 제도와 문물, 사상 면에서 '조선 르네상스'의 기틀을 이룬 숙종·영조 임금의 국가 경영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숙종(肅宗, 1661∼1720년)은 어려운 나라 살림을 줄이고자 소박한 규모의 석물 제도를 정립하였고 영조(英祖, 1694∼1776년)는 부왕의 뜻을 이어 조선 초기부터 행해진 상장례의 관행을 현실에 맞게 고친 '국조상례보편(國朝喪禮補編, 1752·1758년)'을 편찬하여 왕릉 제도를 간소화·체계화시킨 전환점을 이루었다. 그 결과 봉분 크기와 석물, 건축물, 비석 등의 형식과 규모가 통일되어 석인상은 종전의 약 9척(약 2.8m)에서 약 5척 5촌(약 1.7m) 이하의 등신대로 축소되었고 8칸 정자각은 5칸으로 정리되었다.
*국조상례보편: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의 상장례에 관한 부분을 보충·개편하여 완성한 책. 1752년(영조 28)과 1758년(영조 34) 두 차례에 걸쳐 편찬됨
*등신대: 사람의 실제 크기와 같은 크기
아울러 혜릉과 의릉을 통해, 산릉 공사에 참여한 석공들이 계보를 이루며 유사한 조각 기법과 문양을 전수한 경향이 뚜렷해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8세기 문화 전반에 걸쳐 조선의 고유색이 짙은 작품이 등장했듯이 명릉과 홍릉에 조선식 갑옷을 갖춘 현실적인 무석인이 세워졌고 원릉에 이르러 섬세하고 사실적인 조각이 꽃피우게 된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대상별 비교자료와 문헌조사 결과 등을 통해 조선 후기 왕릉 조영에 나타난 다양한 현상과 공사에 참여한 장인들의 활동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 보고서는 능지(陵誌)와 항공사진, 일제강점기 사진 등 풍부한 시각자료와 실측도면을 활용, 각 능의 조성 과정을 시간순으로 복원하여 막연히 알려져 왔던 18세기 왕릉의 역사와 위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특히 홍릉 곁에 영조가 묻히지 못하고 17세기 흉지(凶地)로 알려졌던 지역에 원릉을 조성하게 된 경위를 '산릉도감의궤(山陵都監儀軌)'의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다.
*산릉도감의궤: 조선 시대에 왕이나 왕비의 능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의식·절차와 행사의 경위, 전말 등을 기록한 책
아울러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시각자료 등을 발굴하여 과거에 훼손되었던 의릉 능역 현황을 지면을 통해 처음 공개하여 앞으로 능제 복원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조선왕릉 종합학술조사보고서는 2015년에 순종의 무덤인 유릉(裕陵)을 끝으로 하여 총 9권으로 마무리될 계획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그동안 축적된 자료와 성과를 온라인 공간에 개방하여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에 대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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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표 기자 su1359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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