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A군은 2010년 5월 1일 두통과 발열, 기침 등을 호소하며 경남의 B병원을 찾아 해열제와 항생제를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당시 11살인 A군은 고통이 계속되자 다음날 다시 같은 병원을 찾아 사흘간 입원했다.
B병원 의료진은 A군 증상에 대해 인플루엔자 B와 편도선염증이라고 진단하고 약제를 처방했다.
A군의 부모는 A군이 배뇨곤란을 겪으면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비틀거리며 걷는 등 이상 증상을 보인다며 의료진에게 뇌병변에 대해 문의를 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탈수와 영양부족으로 판단하고 A군에게 수액와 영양제를 처방했다.
A군은 같은 달 6일 다른 병원에서 뇌수막염과 폐결핵, 폐렴으로 진단받았고 모 대학병원의 정밀검사에서 급성 바이러스성 뇌염으로 진단받았다.
현재 A군은 뇌염의 후유증으로 간질 발작, 인지·언어기능 이상, 정신지체, 근력저하 등의 장애를 갖게 됐다.
A군 가족은 "의료진이 뇌염에 대한 고려 없이 독감이라고 단정적으로 진단해 그에 따른 치료만 함으로써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켰다"며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했다.
B병원은 "환자가 입원했을 당시 신종플루 또는 독감의 증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병원 의료진은 이에 대한 진찰과 치료를 한 것이고 이러한 의료행위는 현재의 의학 수준에 비춰 적절한 행위였다"고 반박했다.
부산지법 제8민사부(심형섭 부장판사)는 A군 가족들이 B병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B병원과 담당의사는 A군에게 3억600여 만원, A군 부모에게 각 1천만원, A군 누나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소아에게 두통,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뇌에 염증이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진료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걸음걸이 이상, 배뇨곤란 등 신경학적 이상을 보이면 반드시 뇌염, 뇌수막염 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뇌척수액 검사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러 정황과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춰 볼 때 피고들의 책임비율을 3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