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 북한본 난중일기 입수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난중일기' 최초 한글 번역본이 공개됐다.
충무공 전문가인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 소장은 1955년 북한 평양에서 간행된 난중일기 한글 번역본을 최근 입수했다고 3일 밝혔다.
전시에 급하게 쓴 난중일기는 흘려진 한문 초서체로 작성해 정확한 해독이 어려웠다.
1968년에서야 시인 이은상이 난중일기 초고본과 충무공전서본을 합본해 처음으로 우리말로 옮겼고, 이를 바탕삼아 수십여 종의 번역본이 나왔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우리말로 옮긴 북한 번역본이 공개됨으로써 이은상이 번역하기 전에 이미 선행연구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북한본 난중일기는 벽초 홍명희의 아들인 국어학자 홍기문(1903-1992)이 번역해 1955년 11월30일 평양에서 간행한 '리순신 장군 전집'이라는 책 속에 들어 있다.
노 소장은 "정조 19년(1795년)에 간행된 '충무공전서'의 난중일기 활자본(신문관본과 통영본)과 1935년 조선사편수회에서 간행한 '난중일기초'를 토대로 번역한 것"이라며 "초고본 활자와 전서본활자를 합본해 최초로 번역했다. 하지만 초고본의 미상 오독 부분은 밝히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 책 이름이 일부 거론된 적이 있었고, 본인이 2012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간행하는 월간 '오늘의 도서관' 22권에 투고한 글에서 북한본 난중일기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실물공개와 함께 내용 소개가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북한본 난중일기에서는 북한식의 어투가 간간이 보이며 용어의 통일성을 위해 번역에 일정한 사용규정을 만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홍기문본과 이은상본을 비교해본 결과 주요 대목에서 일부 일치되는 점이 확인된다며 이는 홍기문의 번역이 이은상에게도 일부 영향을 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 소장은 그 예로 '所眄'이 홍기문본과 이은상본에서 각각 '좋아하는 사람', '좋아지는 여인'으로 번역된 점을 꼽았다. '眄'은 바라본다는 뜻이 있는데, 이를 똑같이 사람으로 번역한 것은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이은상이 홍기문의 번역본을 인용한 증거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强先食味'에서 '味'를 '고기'로 해석해 '고기 먹은 것'(홍기문본), '억지로 고기 먹은 것'(이은상본)으로 각각 번역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풀이했다.
노 소장은 2008년 '난중일기의 교감학(校勘學)적 검토'라는 논문으로 성균관대 한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다. 2005년에는 난중일기를 한글로 처음으로 완역해 '이순신의 난중일기 완역본'을 내놨다.
그는 "최근 발견된 북한본 난중일기 번역본을 본인의 논문과 비교 검토한 결과를 학회지에 투고할 예정이다"고 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03 16:3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