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잇달아 개봉·제작 중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모바일 세상을 강타한 웹툰의 인기가 충무로로 옮아 붙었다.
지난 2006년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아파트'를 시작으로 웹툰의 영화화 바람이 분 데 이어 올해도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잇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웹툰 원작 영화들이 최근 침체한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오는 5일 개봉 예정인 김수현 주연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원작인 훈(Hun) 작가의 동명 웹툰은 누적 조회수 2억5천만건을 기록한 화제작.
특히 남한 달동네 바보 임무를 맡은 북한 최정예 스파이 '원류환' 역에 웹툰 팬들의 '가상 캐스팅'에서 1위를 차지한 김수현이 캐스팅돼 더욱 기대를 모았다.
김수현은 동네 바보 동구와 최정예 요원 류환의 상반된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웹툰 속 원류환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살려냈다.
지난 1월 연재를 시작해 현재 누적 조회수 4억건을 넘어선 인기 웹툰 '미생'은 모바일 영화로 재탄생했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아이들' 임시완이 주인공 '장그래' 역을 맡은 영화는 웹툰에서 알려지지 않은 주인공의 과거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뤘다.
오는 5일 개봉하는 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2'의 '절벽'편은 웹툰 '절벽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인 김선아 주연의 영화 '더 파이브'는 동명의 웹툰 원작자인 정연식 작가가 직접 메가폰을 잡기도 했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 등을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가 판권을 구입, '만추'의 김태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밖에 웹툰 '스토커'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배우 서영희를 주연으로 캐스팅해 제작 중이며 '다이어터', '살인자0난감', '사이코스릴러엄마', '목욕의신', '미확인거주물체' 등도 영화화가 결정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웹툰을 소재로 한 영화도 등장했다. 개봉을 앞둔 엄기준·이시영 주연의 '더 웹툰: 예고살인'은 인기 웹툰 공포 작가의 미공개 웹툰 내용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웹툰이 충무로의 주요 '소스'가 된 것은 무엇보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을 능가하는 다양한 소재와 장르, 영화 스토리보드와 비슷한 웹툰의 특성 등 때문으로 보인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2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금 웹툰 작가들은 영상 시대에서 자라난 이들인 만큼 상당히 영화적으로 웹툰을 그리고 있다"면서 "시나리오를 문자로 보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영상물이 구현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용이하다"고 말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도 "웹툰은 그림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내용에 접근하는 방법이 쉽다"며 "영화 제작도 비교적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화제가 된 웹툰의 경우 기존 팬층이 두터운 만큼 이미 대중성도 갖췄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의 흥행 성적을 거둘지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강우석 감독의 '이끼'(2010)는 34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역대 웹툰 원작 영화 중 최고 흥행 성적을 거뒀다.
웹툰 작가 1세대인 강풀의 원작은 연재가 끝나기도 전에 판권이 팔리는 등 화제가 된 웹툰에 대한 영화계의 판권 구입 경쟁도 치열하다.
강풀의 원작은 '아파트'(2006)를 시작으로 '바보'(2008), '순정만화'(2008),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등이 꾸준히 영화화됐고 작년에는 '이웃사람'(243만명)과 '26년'(294만명)이 차례로 영화로 개봉돼 좋은 성적을 거뒀다.
과열 경쟁을 피해 아예 신인 작가의 판권을 미리 사 놓는 일도 있다.
하지만 이런 웹툰의 장점은 때로는 영화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미 시각적으로 구현된 웹툰 속 이미지를 스크린에 어떤 식으로 담아내느냐에 따라 영화의 완성도나 흥행이 갈리기 때문이다.
원 대표는 "웹툰은 연재되는 만큼 전체를 관통하는 맥을 짚어주는 것은 영화와 다르다"며 "웹툰이 가진 본질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이야기를 실어나르는 과정 등 원작을 다시 영화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작을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큰 흐름을 제외한 주변 스토리나 인물 묘사 등에 변화를 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피하지만 자칫 웹툰 팬들의 비난과 함께 외면을 받는 경우도 많다.
강우석 감독이 '이끼'에 이어 두 번째로 웹툰을 영화화한 '전설의 주먹'의 경우 어두운 현실을 그린 원작과 달리 가족애를 중시했으나 150만 관객을 겨우 넘겼다.
'미생' 제작진도 '프리퀄'(전편)에 대한 원작 팬들의 반응이 안 좋아 제작 단계부터 악플에 시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웹툰 원작과의 비교는 '숙명'인 만큼 팬들의 높은 기대치는 여전히 부담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이웃사람'의 경우에도 개봉 첫날 웹툰 팬들이 대거 몰려와 영화와 웹툰을 일일이 비교 분석하더라"며 "웹툰 팬들의 기대치가 생각보다 높아 이를 채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감독은 최근 시사회 후 가진 간담회에서 "가장 큰 부담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서 실패하지 않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유명 웹툰의 경우 이미 결론까지 노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영화적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 등도 웹툰 원작 영화의 한계로 지적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02 06: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