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書로' 글씨 : 캘리그래퍼 강병인
[최혜빈 기자/스포츠닷컴]
예술의전당은 서예박물관 리모델링 기금마련을 위한 전시와 경매 <아트 옥션 서로 書로>를 개최한다. 전시는 오는 11월 14일(금)부터 26일(수)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진행되며, 기금마련 경매는 11월 26일(수) 오후 6시 30분부터 개최된다.
<아트 옥션 서로 書로>에는 서예 고미술 작품은 물론 국내외 현대미술 작품과 명사 휘호도 함께 출품되며, 경매 출품작 190여 점과 전시작품 100여 점 등 총 3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체 규모는 약 20억 원으로 추정가 30만 원선의 소품부터 2~3억 원대의 작품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이 출품된다.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은 1988년 개관 이래 27년간 한국서예역사 체계정립의 본산으로 소임을 다해왔습니다.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서(書)를 토대로 문자영상은 물론 융복합 예술장르까지 수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뮤지엄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서예 융성이 곧 우리 문화 융성임을 실천해내는 터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아트센터 건립과 시설확충 등 공익목적의 기금마련 경매들이 진행되었지만 국내에서 대규모로 진행되는 것은 처음이다. 경매에 작품을 위탁할 경우 발생한 경매 수수료는 서예박물관의 리모델링 기금으로 조성되고, 조성된 금액에 대하여 기부금 영수증이 발행하며 기부자들의 이름을 서예박물관에 기록할 것이다.
기금마련을 위한 경매는 '명사휘호', 거장의 글씨와 선필 등 '20세기 서화컬렉션', 고서화와 목가구, 도자기 등의 '고미술'과 함께 '현대미술', '우리시대 작가 44선', '배동신 스페셜' 등 다채로운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장욱진 등의 현대 작가 작품, 서화컬렉션, 고미술품 전시·경매
<1부: 현대미술>은 컬렉터들이 기증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장욱진 카탈로그 레조네에 수록된 <마을>(10x28cm, 종이에 유채, 1958)은 추정가 2~4억 원에 출품되었다. 이 작품은 1958년 당시 부산국제신문사 부근의 다방벽화로 그린 스케일이 함축된 원화이다. 실제 벽화로 마무리된 그림은 내용이 다소 변경되어 설치되었으나 그 후 훼손되어 다방과 함께 사라져 버렸지만, 종이에 유채로 그린 작가의 원화는 남아 사라진 명화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
그 외에도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 하종현 등 단색화들이 출품되어 관심을 모은다. 정상화의 2007년 작으로 강렬한 파란 빛의 작품 <무제 07-3-15>는 추정가 4천 5백~6천 5백만 원에, 손상기의 1980년 작 소품 <시들지 않는 꽃-해바라기>도 2천 8백만 원에 선보인다.
<2부: 우리시대 작가 44선>에는 현대 서예작가와 캘리그래피 작가인 정도준, 강병인, 김영기, 박원규 이상현과 더불어, 현대미술작가 이승택, 박대성, 고영훈, 사석원, 김춘수, 강형구, 최정화 등 중견작가, 권오상, 손진아, 하태임, 노세환 같은 젊은 작가들이 기금마련전을 위해 출품한 작품들을 모았다. 특히 현대 서예, 캘리그래피 작품은 경매사상 처음 등장하는 만큼 경매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경매가 성사된다면 서예역사상 현역작가가 시장에서 작품을 정당한 가격으로 평가 받는 첫 사례가 된다.
<3부: 20세기 서화컬렉션> 섹션은 전직 대통령, 명사, 서화거장들의 글씨와 스님들의 선필로 구성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로 쓴 '자유당중앙당부(自由黨中央黨部)'는 1951년 12월 자유당 창당 당시 당사현판 원본이다. 파란만장한 근 현대 굴곡의 현장이었다는 측면에서 사료가치는 물론 그 상징성도 크다. 추정가는 3천 5백만 원 선이며, 백범 김구의 폭 40센티미터, 길이 113센티미터의 대형 휘호 '산악기상'도는 3천만 원 선에 출품된다. 1949년 4월 29일 윤봉길 의사 상해홍구공원 거사를 기념하여 '산악같이 드높은 기상'이라고 쓴 것이다.
이 외에도 노태우 전대통령과 장지연, 안창호, 송진우 등의 휘호는 유전사례가 극히 희귀할 뿐만 아니라 최초공개라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스님들의 글씨를 다룬 '선필'로는 시집 「님의 침묵」으로 알려진 만해 한용운의 시고가 처음으로 출품된다. '진흙 속에서도 물 속에도 마음대로 오가면서 / 끝없이 울고 웃는 모습 얼굴에 드러내지 않네. / 훗날 망망한 고해 속에서도 다시금 연꽃으로 불꽃 속에 피게 하리'라는 내용의 족자이다. 이와 같은 필의로 쓴 작품은 현재 송광사에 유일하게 전하고 있는데 추정가 5천~7천만 원이다. 이외에도 청담, 탄허, 만공, 효봉 한암 등 20세기 한국의 선맥을 글씨로 조망할 수 있는 작품이 대거 출품된다.
경매 출품작과 더불어 김지하, 이근배, 신영복 등 문인 학자의 글씨와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등 정 관계 문화계 인사들의 글씨 들이 두루 출품되어 관람의 흥미를 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4부: 고미술>에는 세종의 현손으로 묵죽화에 있어서 유덕장, 신위와 더불어 3대 화가로 꼽히는 탄은 이정의 <묵죽도>(34.5x54.5cm) 족자가 출품된다. 탄은의 묵죽화는 줄기와 잎의 비례가 대나무의 특징인 강인함을 잘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추정가는 4천~6천 만 원이다.
조선 중후기로 추정가 7천~9천만 원인 운룡도 대련, 미수 허목의 대자현판, 현재 심사정의 <월매도>, 추사 김정희의 시고, 이재 권돈인의 현판 '단을시옥', 묘재 박제순의 <수선화>, <백동자유희도> 등 거장들의 휘호와 산수도 출품된다. 이외에도 조선시대의 서안과 반닫이 등 고가구와 <목각동자상>, <분청사기흑백상감조조문매병> <대나무바둑판> <여령각무도홀기>과 같은 도자기들도 출품된다.
전시 이해를 위한 포럼, 강연, 작품 설명 진행
이번 기금마련전과 함께 열리는 포럼과 강연도 주목할 만하다. 포럼은 오는 11월 14일(금) 오후 2시, '서예시장 이렇게 살리자, 현황과 대책'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며, '서예와 문자예술'이라는 제목하에 전시기간 중 강병인(11월 19일(수) 오후 2시), 이시형(11월 21일(금) 오후 2시), 손철주(11월 22일(토) 오후 2시)의 특강과 박혜경의 작품 현장 해설도 준비될 예정이다. 또한 매일 11시 30분과 4시에 전시 작품 설명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관심 있는 애호가와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최혜빈 기자 chb05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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