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김오동씨 일기 마을 '기억창고' 역할
(강진=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70대 노인이 자신의 살아온 흔적이 담긴 일기장을 국가기록원에 기증하겠다고 신청했다.
29일 전남 강진군에 따르면 강진군 성전면 김오동(76)씨가 37년간 써 온 일기장을 안전행정부 산하 국가기록원에 기증 신청했다.
생활고로 초등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던 김씨는 매일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되새기고 한글공부도 겸했다.
20세 때부터 쓰기 시작한 그의 일기는 1975년 불의의 사고로 불에 타고 말았으나 그 후에도 그의 기록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김씨의 일기에는 신문, 뉴스에 보도된 주요 사건, 가족의 경조사, 축·부의금, 곡물 수매가격 등 40여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일기 쓰는 습관 덕분에 주변 사람들은 과거 일을 확인할 때마다 그에게 묻곤 한다.
그야말로 마을의 기억창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김씨의 일기장에 기록돼 있는 강진의 축·부의금 변천사는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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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년 쓴 일기장
- (강진=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전남 강진군 성전면 김오동(76)씨가 37년간 써 온 소중한 일기장을 안전행정부 산하 국가기록원에 기증하겠다고 신청했다. 김씨가 일기장 중 한권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13.5.29 <<강진군>>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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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들어서는 5천원을 냈으며, 가까운 사람이 사망했을 때 1만원을 냈다.
1988년 들어 거의 모든 축·부의금이 1만원대로 올랐고, 1991년 들어서는 대부분 2만원으로 변한다.
9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 처음으로 3만원대가 보이다가 96년 이후부터 3만원대가 일기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2000년대 들어 종종 5만원을 낸 곳도 있지만 3만원이 대세다.
강진군 박경석 기록연구사는 "김씨의 일기는 시골 농부의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 현대사의 변화 모습과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기초 자료"라고 평가했다.
김씨의 일기장은 국가기록원 심의를 거쳐 오는 6월 중 수집 여부가 결정된다.
수집이 결정되면 최첨단 기록물 보존 및 복원처리시설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학술연구와 교육, 전시 등에 활용하게 된다.
강진군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개인의 기록이 사장되지 않고 국가기록유산으로 영구히 보존될 수 있도록 국가기록원과 협의하는 등 민간 기록물 수집 업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9 13:3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