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신포니에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잘 알려진 곡을 연주해 실력을 인정받자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독일을 거점으로 활동해오던 한인 지휘자 박성준(47) 씨가 지난해 2월 베를린 신포니에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됐다.
단원들의 투표를 거쳐 선출되는 자리이니만큼 그에게 이 직함은 클래식 본고장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공증서'와도 같은 것이다.
박씨는 27일 서울 신사동 풍월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잘 알려진 레퍼토리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실수가 여과 없이 드러나기에 경험이 적은 신인 지휘자들은 이러한 곡을 피하기도 한다"며 "유명 레퍼토리를 공연해 인정받은 점은 자신도 기쁘다"고 전했다.
1989년 경희대 음대 작곡과를 졸업한 그는 1991∼1994년 칼 외스터라이혀 빈 국립음대 지휘과 교수를 사사한 후 2004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송년음악회의 지휘자로 독일 데뷔 무대에 섰다.
그 후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 베를린 필하모니 등 공연장에서 베를린 신포니에타, 라이프치히 캄머 필하모니 등을 지휘하며 신예로 주목됐다. 이때 연주한 곡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J.S. 바흐의 마태수난곡 등이다.
"제가 지휘한 '합창 교향곡'에 대해선 '사운드에 불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동양인이지만 소리에 가식이나 군더더기가 없고, 오리지낼리티가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베를린 신포니에타와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탄절을 기념해 열린 신포니에타의 음악회에서 그가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지휘했고, 그 후 이 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자로 꾸준히 활동했다.
박씨는 분단의 역사를 가진 독일에서 하는 음악 활동이 흥미롭다고 했다.
그가 이끄는 베를린 신포니에타도 1952년 동독의 오케스트라로 출발해 1990년 독일 통일 후에는 동·서독의 연주자들이 두루 섞인 연주단체로 발전했다.
"저희 오케스트라를 보면서 우리나라 연주단체의 미래 모습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통일이 되면 남·북한 단원들이 함께 모인 오케스트라가 탄생하겠지요."
그는 내년 베를린 신포니에타의 내한 연주회 계획도 세우고 있다.
"구체적인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만 내년 한국 연주회를 추진 중입니다. 관객에게 선보일 레퍼토리는 모차르트·멘델스존의 A안, 스메타나·드보르자크의 B안, 비발디·차이콥스키의 C안까지 세우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7 17:2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