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22일 ‘’주요국의 일·학습병행제 운영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일·학습병행제는 훈련비용보다 그로 인한 기업이익이 더 큰 만큼 ‘한국형 일·학습병행제’ 도입에 기업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학습병행제란 직업교육훈련 시스템(VET,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의 하나로 일터와 학교 모두에서 훈련이 이루어지는 이원화 교육시스템을 말한다. 일주일에 1~2일은 학교에서 이론교육을, 3~4일은 기업에서 실무교육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일·학습병행제가 인력 미스매치를 해결해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독일과 스위스는 듀얼시스템(Dual System)이라 불리는 일·학습병행제를 운영한 결과, 2012년 기준 청년실업률이 각각 8.1%, 8.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6.3%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 OECD 주요국 청년실업률 : 미국 16.2%, 영국 21.0%, 프랑스 23.8%, 일본 7.9%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소 효과도 기대…獨 “훈련생 10명 중 6명 훈련기업에서 채용”
대한상의는 “독일은 듀얼시스템 과정을 마친 훈련생을 훈련한 기업이 바로 채용하는 비율이 60%에 이르고, 스위스도 30%를 넘어서고 있다”며 “듀얼시스템을 통해 고숙련 훈련과정을 거친 후 채용여부를 결정하여 채용에 따른 불확실성과 비용을 줄이고 이직률을 낮추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독일과 스위스에서 듀얼시스템에 참여한 기업 수는 각 48만개사, 10만개사로 전체기업의 30% 내외에 이른다”며 “수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이유는 듀얼시스템이 기업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스위스는 일·학습병행제가 청년실업 해소 뿐 아니라 기업에게도 비용보다 큰 편익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훈련 비용·편익을 살펴보면 3년 도제과정에서 생산기여도는 68,300유로로 총비용 59,400유로보다 8,900유로 웃돌았다. 4년 도제과정에서는 일·학습병행제의 생산기여 효과가 총비용보다 1,540유로 높았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10월 시범사업을 시작해 올해 본격적으로 ‘한국형 일·학습병행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독일·스위스의 듀얼시스템을 모델로 한 도제식 직업훈련으로 기업에서 현장전문가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근거해 훈련생을 가르치고 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병행한 후 산업계가 평가해 일정한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정부는 2014년 1,000개사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1만개사가 제도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종업원 50인 이상 전체 기업의 약 23%에 해당한다.
독일·스위스, 전체기업의 30%가 참여…“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성공 시행 관건”
대한상의는 “한국형 일·학습병행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독일과 스위스처럼 산업 수요를 적극 반영한 제도 운영과 더불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일·학습병행제 참여기업을 단독기업형의 경우 종업원 50인 이상 기업으로, 공동훈련센터형은 종업원 2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우수인재 확보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참여기업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일·학습병행제 참여기업의 88%가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의 참여율이 높았고 스위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독일은 ‘상공회의소’가 중심돼 산업계 수요 반영…한국도 벤치마킹 필요
이어 상의는 독일과 스위스처럼 상공회의소, 산업별 단체와 같은 민간이 주도하는 일·학습병행제 운영을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독일과 스위스에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상공회의소, 산업별 단체 등이 듀얼시스템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협조하고 있다”며 “특히 상공회의소, 산업별 단체와 같은 민간에 의해 주도됨으로써 기업의 훈련 수요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독일은 상공회의소가 △직업훈련 기준 개발, △기업의 직업훈련 적격여부 판단, △기업의 실제 직업훈련에 대한 감독, △직업훈련 이수후 자격시험 주관, △훈련생과 기업간 분쟁 해결, △위탁훈련 실시 등 듀얼시스템의 모든 과정을 주관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도 안착하려면 참여기업의 자율적 운영과 부담 완화 전제돼야”
또한 대한상의는 일?학습병행제의 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참여기업에 대한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독일과 스위스는 훈련생에 대해 정규직원 임금의 약 30%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훈련 종료 후 채용할지 여부도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등 학습근로자의 훈련수당 및 고용의무 등과 관련해 기업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정부가 내년에 제정할 계획인 ‘일?학습병행지원법’에 훈련생의 정규직 고용의무화 등과 같은 부담을 지우기보다 양질의 훈련을 통해 고숙련 인력이 기업에 채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중장기적으로는 일·학습병행제 참여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일과 스위스가 우리나라의 고교과정에서 듀얼시스템을 하고 있는데 비해 현재 주로 고졸자를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는 훈련연령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학습병행제에서는 기업의 인력수요에 부응하는 직업훈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업이 우수인력을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청년들이 구직난을 극복하는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기업들이 일?학습병행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관련 입법 과정에서 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