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大宮 夜景' 매력에 암표까지 성행
인터넷 예매 1분만에 매진… 연인들 데이트 코스 각광
경복궁-'화려' 창덕궁-'신비'
창경궁-'친근' 덕수궁-'소박'
[류재복 대기자]
지난 20일 개막, 28일까지 9일간 열리는 '궁중문화축전'은 궁궐과 전통문화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한다. 견인차는 4대 궁의 '야간 개장'. 폐쇄적인 궁이 활짝 열리면서 시민들은 한국전통문화에 친근하게 다가섰다. 점점 '궁궐의 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문화재청은 개방 기간과 횟수를 늘렸다.
다만, 문화재 보호와 시민 안전을 위해 인원제한을 뒀다. 수용인원이 수요만큼
확 늘지 못해 인터넷 예매는 1∼2분이면 매진이 되고, 가족뿐 아니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부상하면서 공공연하게 암표까지 돌 정도. 궁궐의 밤
풍경은 이제 매력을 넘어 마력(魔力)이 된 것. 4대 궁 야간개방의 주요 내용과 특징을 섭렵한 후, 다음 예매엔 좀 더
분발해보자.
◆경복궁 =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야간개방을 실시했다. 2010년 11월, 4일간 시범실시 후, 2011년부터 상·하반기 각 5일간 개방이
정례화됐다.
주요 포인트는 단연 경회루. 2005년 6월 일반에
공개를 시작한 경회루는 밤에 더욱 아름답다. 은은한 조명 덕에 연못에 비친 모습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복궁의 밤은 4대 궁 중 가장
화려하다. 500여 동이 있던 고종 중건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 화려함은 해를 거듭할수록 배가될 예정. 올해 말
소주방(조선시대 대궐 안의 음식을 만들던 곳)이 완공된다고 하니, 내년 2월 겨울 야간개방도 기대된다. 수정전 일대에서 '우리음악듣기'가 종종
펼쳐지니, 일정표를 잘 살펴 놓치지 않도록. (www.royalpalace.go.kr)
◆창덕궁 = 자연 속 고즈넉한 궁을 만끽하고 싶다면 창덕궁이 제일.
야간 개장보다는 '창덕궁 달빛기행'으로 불린다. 일 100∼200명의 '선택받은 자'만 입장할 수 있어서 가장 경쟁률이 센 곳. 특이점은
청사초롱을 들고 주의 깊게 걸어야 할 정도로 조명을 최소화했다는 것. 4대 궁 중 원형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만큼, 밤의 풍경도 가장
예스럽다.
2010년 시작된 '창덕궁 달빛기행'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로서 자리 잡았는데, 판소리와 무용 등 미니 콘서트를 즐기고 따뜻한 차도 마실 수 있다. 또, 평소 들어가기 힘든 후원까지 감상할 수
있으니 입장료 3만 원은 비싸지 않은 편. 외국에서 손님이 온다면, 미리 이 달빛기행을 예매해 두면 높은 점수를 딸 수 있다.
(www.cdg.go.kr)
◆창경궁
= 최근 야간개장 표가 암표로 돌면서 인기를 입증. 창덕궁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비교적 쉽게 입장 가능하다는 이유로
괄시(?)받던 서러움을 모두 날렸다.
창경궁도 경복궁처럼 처음
상·하반기 연 2회 실시되다가 올해부터 연 4회, 총 42일간으로 바뀌었다. 입장료 1000원인 창경궁에는 별다른 야간개장 프로그램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6%가 '만족한다'고 대답해 '궁궐의 밤'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이 상당함이 드러났다.
올여름 야간개방은 약간 늦춰 이번 '궁중문화축전' 기간에 진행된다. 춘당지에서 음악과 LED조명을 이용해 펼쳐질 '소리풍경'이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표는 이미 전량 매진. 그러나 아직 올해 한 차례 개방이 남아있으니 실망하지 말도록.
(cgg.cha.go.kr)
◆덕수궁 =
4대 궁 중 '밤의 문'을 가장 먼저 연 곳. 2004년 시범 실시 후 2006년부터 상시 개방하고 있다. 다른 궁들의 야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덕수궁 야간 방문객도 급속히 늘었다.
덕수궁관리소에 따르면, 야간 입장객 수치만을 따로 집계하지는 않았으나, 2011년 11만9940명에서
2012년 12만2350명, 2013년 13만5258명으로 연 관람인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작은 규모 탓에 감흥은 약간 떨어지지만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 '천하명인 덕수궁 풍류' 등의 프로그램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근대식으로 지어진 석조전의 야경에서는 다른 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