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세중 대동전위극회 춘천마임축제서 2차례 공연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예술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설명 필요 없어요. 내 공연은 몸을 해방하는 한바탕 '굿판'입니다."
한국 전위예술 1세대인 무세중(77)씨가 이끄는 대동전위극회가 24일 2013춘천마임축제에서 7시간 동안 공연을 펼친다.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늦은 오후 무세중은 공연장에 미리 나와 소품으로 쓰일 비닐을 설치하는 일에 일일이 조언했다.
"아래쪽으로 극적인 음영이 부족해. 각도를 더 가파르게 잡아서, 그래 그렇게!"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다.
이번 공연에서 무세중은 온몸에 페인팅하고 아내인 전위예술가 무나미(55)씨, 중견 퍼포먼스 작가 변영환(57)씨 등 대동전위극회 예술가 10여 명과 함께 새 작품을 선보인다.
공연작은 '밤의 충격―카피틸'.
카피틸(Capiteel)은 자본주의(Capitalism)와 뱀장어(Eel)를 뜻하는 영어단어를 조합해 예술가 본인이 만든 합성어다.
이번 작품에서 무세중은 현대 자본주의를 약자들의 돈과 피를 빨아먹는 흉측한 뱀장어에 비유한다.
한민족통일문화연구소 초대회장(1998년)을 지내며 남북통일과 아리랑 관련 작품에 천착해온 그가 이번에는 현대 자본주의의 병리현상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무세중은 "교묘한 술책으로 골목상권 약자들의 돈을 약탈하고, 관권과 폭력을 이용해 호의호식하는 이들의 탐욕 때문에 민주주의 근간인 자본주의가 썩어간다"면서 "온 나라가 허울 좋은 한탕주의, 돈놀이에 빠진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무세중은 춘천마임축제의 예술감독인 유진규 마임연기자의 스승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이 축제의 발전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본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마임축제를 "몸을 해방하고 남들과 소통하는 거대한 난장"이라고 말한다.
"마임축제가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프로그램이 바로 '미친 금요일'이에요. '일탈'은 정상궤도를 벗어나기 위한 행위가 아니고, 그 궤도를 더 튼튼히 하기 위한 치유의 과정이거든요. 제가 지향하는 해방과 구원의 '굿판' 개념과도 통합니다."
지난 2003년과 2010년 간암으로 큰 수술을 두 차례 치르며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무세중.
그래서 그에게 예술행위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살아있음을 확신하는 순간이다. 참다운 삶의 가치를 나눌 소중한 기회다.
"사람들은 돈, 성, 폭력의 '맛'에 길들어 내면의 '멋'을 잃어버렸어요. 남을 이해해주고 함께 어울리는 게 진짜 '멋'이에요.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멋쟁이가 돼야 옳습니다."
무세중이 이끄는 대동전위극회 공연은 춘천마임축제 '미친 금요일'이 열리는 24일 오후 10시∼25일 오전 5시와 '도깨비 난장'이 펼쳐지는 25일 오후 10시∼26일 오전 2시 춘천 어린이회관에서 만날 수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4 07:3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