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후 KOICA 봉사단원 지원…"6년간 품어온 꿈 이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군에서 배운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명예로운 KOICA 단원이 되겠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봉사단원으로 내달 파라과이에 파견되는 최은영(29·여) 씨는 여전히 무의식중에 소위 '다·나·까' 말투가 묻어나오는 전직 간호장교다.
서울 염곡동의 한국해외봉사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그는 24일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로 새 출발을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설레고 기쁘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책임감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 국군간호사관학교로 진학한 최씨는 졸업 후 임관해 국군함평병원, 국군양주병원 등에서 복무했다.
올해 2월까지 6년간의 의무복무기간을 채우고는 복무 기간을 연장하는 대신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망설임 없이 퇴역을 택했다.
"군인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기대, 장교라는 명예심, 그리고 결혼 적령기라는 부담까지 들어 가족 모두 처음에는 반대도 많이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군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얻고 싶었고 가족도 결국 제 결정을 믿고 격려해주셨죠."
주위의 우려에도 최씨가 뜻을 굽히지 않고 군을 나온 것은 임관 초기부터 품었던 KOICA 봉사단원의 꿈 때문이었다.
한 여행작가가 캄보디아에 있는 봉사단원들을 인터뷰해 쓴 책을 우연히 보고 언젠가는 KOICA 봉사단원이 돼 해외에서 간호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6년간 품어온 것이다.
"책 속에는 적지 않은 나이에 안정된 직업을 접고 봉사를 위해 온 분들이 많았는데, 다들 꼭 한 번 해봐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책을 읽으면서 저도 간호사 신분으로 봉사를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퇴역과 동시에 KOICA 단원에 도전했으나 신체검사 과정에서 담낭염이 발견돼 한 차례 낙방했고 수술 후 재도전해 지난달 합격 통보를 받았다.
지금은 50여 명의 동기 봉사단원과 함께 현지어를 비롯해 봉사단원의 마음가짐, 재해관리방법 등을 익히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직업의 사람이 모였는데 다들 적극적이고 낙천적이십니다. 서로 생각이나 봉사에 대한 각오를 깊이 있게 나누고 있지요. 전 군 생활만 해 이것이 인생의 첫 사회 경험인 셈이라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낯선 나라 파라과이에서의 봉사활동에 대한 기대도 크다.
국군병원에 근무하다 보니 여자와 아기 환자를 볼 기회가 없었는데 파라과이에 가면 모자 보건 분야에 가장 관심을 둘 예정이란다.
"파라과이에는 신생아 사망률이 높고 미혼모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통상 업무 외에 지역사회 보건소나 학교와 연합해 엄마와 아이들에게 신체 발달사항이나 영양상태를 알려주는 신체계측 사업을 펼치려고 합니다."
더욱 넓은 무대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미 미국 간호사 자격증도 취득한 최씨는 "2년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 미국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며 경험을 쌓고 궁극적으로 간호사로서 국제개발 분야에서 계속 활약하고 싶다"는 포부를 펼쳐보였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4 06:4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