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한 손에 화분을 들고 정처 없이 떠돌던 고독한 킬러가 전설적인 천재 요리사로 옷을 갈아입었다.
세월에 주름도 늘고 살도 쪄 후덕해졌지만 여전히 카리스마를 간직한 프랑스 배우 장 르노가 영화 '쉐프'에서 자신의 요리 철학을 고집하는 요리사 '알렉상드르'를 연기했다.
알렉상드르는 자신의 요리를 "100년은 뒤쳐졌다"고 폄하하는 사장 때문에 수 십년 지켜온 레스토랑 '카르고 라가르드'의 쉐프 자리에서 내쫓길 위기에 처한다.
봄 시즌 신메뉴 발표에서 레스토랑의 별점이 떨어지면 바로 '아웃'인 상황. 알렉상드르는 우연히 자신이 1997년에 만든 '숭어와 호박 요리'를 그대로 만들어낸 '자키'(미카엘 윤)를 만난다.
'요리계의 모차르트'라 자칭할 정도로 뛰어난 요리 감각을 지닌 자키는 고지식한 성격 때문에 4주 동안 식당 4곳에서 잘리고 나서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페인트공으로 취직한 처지다.
알렉상드르는 요리의 냄새만 맡고도 가지가 너무 익었는지를 알아내는데다 자신의 요리를 전부 꿰는 자키를 조수로 임명하고 함께 레스토랑 사수에 나선다.
영화는 레스토랑의 명성을 지키려다 별점에 집착하게 되면서 결국은 딸과의 관계도 소원해진 알렉상드르와 타협이라곤 모르는 성격 탓에 임신한 애인마저 떠나버린 자키가 서로 티격태격하며 요리의 참된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훈훈하고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두 천재 요리사가 대세로 떠오른 '분자 요리'의 비밀을 알고자 일본인 부부로 변장해 다른 레스토랑에 잠입하는 장면 등은 코믹하다.
요리를 소재로 한 영화에 흔히 거는 기대만큼 화려한 음식의 향연이 끊임없이 눈앞에 펼쳐지지는 않지만 영화는 두 사람의 앙상블을 통해 관객의 미각은 물론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며 프랑스 요리의 정수를 선보인다.
극 중 알렉상드르가 논문 심사를 앞둔 딸을 위해 만들어준 '아망딘느 브리오슈'와 핫초코처럼 달콤하고 따뜻한 기분이 드는 영화다.
배우 출신 다니엘 코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30일 개봉. 상영시간 85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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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3 11:0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