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성고문사건 때 활약…평민당 비례 1번
안철수재단 이사장…민중신학자 안병무씨 배우자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한국 여성운동계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박영숙 전 평화민주당 총재 권한대행이 17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1세.
평양 출신으로 전남여고와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박 전 대행은 YWCA연합회 총무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을 지내는 등 평생을 여성운동에 헌신하며 큰 족적을 남겼다.
특히 지난 1986년 전두환정권의 여성인권 유린을 단적으로 드러낸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때 여성단체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8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의 TV찬조연설자로 나와 이름을 날렸으며, 이듬해 13대 총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평민당의 전국구 1번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권의 격랑 속에 평민당 부총재 및 총재권한대행, 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에서 복지부장관, 환경부 장관 후보로 자주 거론됐으나, 실제 입각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한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 재단) 이사장을 맡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대학교수에서 대선 예비후보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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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숙 前 안철수재단 이사장 별세
- (서울=연합뉴스) 여성운동계의 원로이자 평화민주당 총재 권한대행 등을 역임한 박영숙 전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 재단) 이사장이 17일 별세했다. 사진은 박 이사장과 안철수 의원이 지난해 2월 프레스센터에서 안철수재단 설립 기자회견에서 함께 웃는 모습. 2013.5.17 << 연합뉴스 DB >>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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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시절 `100인 기부릴레이'를 주도하는 등 기부문화의 전도사로 활동했다.
빈곤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 위민 브리지 두런두런'을 창립했으며, 현재 장학재단 '살림이' 이사장을 맡는 등 사회공헌에도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비롯해 국민훈장 모란장,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 '올해의 환경인상', '올해의 여성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 1996년 별세한 민중신학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안병무 전 한국신학대 교수가 배우자였다.
빈소는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02-2227-7550)에 마련됐다. 발인은 20일 오전 7시30분, 장지는 마석 모란공원.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17 15:4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