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사업 미흡 탓도…올해부터 예산 항목 신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불량 식품은 '4대 악(惡)'이라 불릴 정도로 익숙하나 '불량화장품'이란 말은 귀에 설다. 부적합 식품은 날마다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지만, 부적합 화장품 뉴스는 1년에 몇 번 보기가 어렵다.
불량·부적합 화장품을 찾기 어려운 것은 피부에 사용하는 제품이어서 소비자가 안전문제를 인지하기 어렵고 실제로 흔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화장품 산업의 수준은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 품질이 뛰어나다. 이미지가 중요한 산업인 터라 기업 스스로 각종 안전 이슈에 휘말리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러나 부적합 제품이 드문 데는 그동안 규제 당국이 사후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도 있다.
작년까지 정부의 화장품 안전관리 사업은 예산 항목 자체가 없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그간 화장품 안전관리 사업에 바이오의약품 안전관리 예산의 일부를 활용했다. 따라서 실제 집행할 수 있는 금액은 일정치 않았고, 규모도 수천만원 정도로 미미했다.
식약처의 한 관계자는 "고기능성을 표방한 요즘 화장품은 10만원이 넘기 일쑤인데, 한 번이라도 제품 수거 검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중적인 브랜드의 가격도 5만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년간 검사할 수 있는 양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토피 개선 효과 등을 표방, 의약품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제품도 예산 부족으로 제대로 검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식약처 화장품정책과의 김효정 사무관은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화장품은 자율 규제가 큰 원칙"이라면서도 "그동안 화장품 안전관리 사업은 예산 항목 자체가 없어 사후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올해 처음으로 화장품 안전관리 예산으로 10억원을 책정했다.
김 사무관은 "화장품 수거 검사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산업 전반의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데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건당국의 안전관리가 강화되더라도 국내 업계가 긴장할 일은 아니다"며 "비공식적인 통로로 유통되는 불법 화장품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10 06:2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