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사업부문 안석준 대표·요네미쓰 부사장 합동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국과 일본의 대표 음악 기업인 CJ E&M과 빅터엔터테인먼트(이하 빅터)가 합작 회사 'CJ빅터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아시아 음악 시장 개척에 나선다.
한국과 일본의 대형 음악 기업이 일본에 합작 법인을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두 회사는 50억 원씩 출자해 자본금 100억 원 규모로 출발했다. CJ E&M이 51%, 빅터가 49%의 지분을 나눠 가졌다.
최근 여의도에서 인터뷰한 CJ E&M 음악사업부문의 안석준 대표와 빅터의 요네미쓰 노부히코 부사장은 "K팝과 J팝이 힘을 모아 아시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할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CJ빅터의 유영민 대표가 함께했다.
CJ빅터는 △ 한국 가수를 일본에 진출시키고 △ CJ E&M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일본 가수를 해외에 선보이며 △ 두 회사의 시스템과 노하우를 결합해 아시아에서 통할 새로운 아티스트를 육성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국내 가수의 진출이 이미 활발한 일본에 합작 회사를 설립한 데 대해 "보통 한국 가수가 일본에 진출할 때 음반 및 공연, 초상권, MD(머천다이즈·상품) 등의 권리를 일본 파트너에게 귀속하고 20% 정도의 로열티만 받는 수동적 한류"라며 "그러나 국내 자본인 CJ빅터를 통하면 우리가 권리를 확보하므로 수익성과 사업 속도, 효율성에서 효과적"이라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CJ빅터는 오는 6월 한국 가수의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일본의 유명 솔로 가수와 밴드들을 영입해 앨범을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해외 무대에 내놓는다는 그림을 그렸다. 이를 위해 매니지먼트, 콘서트 및 이벤트, MD, 콘텐츠 유통, 출판 등을 아우르는 '360도 음악 사업'을 전개한다.
요네미쓰 부사장은 "일본에도 마켓의 변화가 일고 있다"며 "지금껏 매니지먼트사, 음반유통사, 프로모터 등이 구분됐지만 이제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음악 기업들이 이를 아울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빅터도 자체적으로 콘서트 등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빅터는 영상·음향·가전 회사로 잘 알려진 JVC 켄우드의 자회사로 음반 유통 등 87년째 음악 사업을 해온 기업이다. 산하에 23개의 레이블을 보유하고 있으며 밴드 서던 올스타즈, 그룹 스마프, 밴드 사카낙션 등이 이곳을 통해 음반을 발매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빅터는 에이벡스, 유니버설뮤직재팬 등에 비해 K팝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요네미쓰 부사장은 "솔직히 조금 늦은 감이 있다"며 "그러나 단순히 K팝을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 K팝을 함께 만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이어 전 세계 음악 시장 2위 규모인 일본이 내수 시장이 강한 만큼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점도 인정했다.
그는 "일본 회사들이 해외 진출에 역점을 두지 못한 이유는 내수 시장이 충분히 컸다는 게 한 요인"이라며 "우리도 해외 진출을 꿈꾸지 않은 건 아니지만 콜렉터(Collector·수집가)의 성향이 강한 일본 음악팬들의 특성상 여전히 오프라인 음반 시장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탄탄해 글로벌을 겨냥해 육성한 아티스트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로 인해 이번 합작 회사 설립은 두 회사의 '니즈'(Needs)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안석준 대표는 이제 한류를 진화시킬 단계에 왔다고 강조했다.
"지금껏 한국 가수와 음악이 일방적으로 일본에 수출됐다면 이젠 진출을 넘어 현지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현지 파트너와 그곳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를 제작해 비즈니스가 쌍방향이 돼야 하죠. 우리의 해외 진출 노하우와 일본의 시스템이 결합하면 범 아시아적인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을 겁니다."(안석준)
일본 역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 특히 엑스재팬, 핑크레이디, 스마프 등의 일본 가수들이 1970~90년대 아시아 음악 시장을 이끌었다면 2000년대 들어 K팝에 그 자리를 내주며 힘을 잃었다.
요네미쓰 부사장은 이러한 흐름을 수긍하며 "아시아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이제 남녀노소가 다 아는 히트곡이 탄생하지 않고 있다"며 "여러 미디어의 진화와 라이브 스타일의 변화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세계 시장의 흐름을 짚었다.
그러나 "1980년대처럼 남녀노소가 아는 히트곡을 내놓지 못해도 그와 가까운 것은 내놓을 수 있다고 여긴다"며 "지난해 NHK 아침 드라마 '아마짱'이 인기를 끌며 주제곡도 크게 히트했는데 1980년대 스타 고이즈미 교코가 불러 사랑받은 노래다. 앞으로 음악을 10대, 30~40대 등 세대와 취향별로 다양화하는 '세그먼트(Segment·세분화) 마케팅'을 잘하면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화려한 청사진에도 CJ빅터의 사업 전개에는 몇몇 과제가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한·일 관계의 냉각기가 장기화하면서 K팝 가수의 활동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요네미쓰 부사장은 "정치적인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민간 차원의 문화 교류는 관계가 악화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본에서 K팝은 카라 등의 빅 아티스트가 석권한 2~3년 전이 최전성기였다. CD 매출은 축소된 감이 있지만 라이브 콘서트, MD 판매 등을 통해 일본 문화에 침투되며 하나의 틀로 정착된 느낌이다. 한류는 지금 다음 단계를 향해 가고 있다. K팝 가수를 통해 기뻐하는 고객이 많다면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영민 대표도 "일본 음악 시장은 지난해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통계 기준으로 30억 달러 규모로 음반과 음원 매출 외에도 콘서트, 팬미팅 등의 이벤트, 굿즈(Goods·기념품) 판매 시장이 크다"며 "K팝은 일본에서 이러한 부분의 매출이 큰데 팝, 재즈, 클래식 등의 장르처럼 정착돼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점차 진화할 것이란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통할 일본 가수를 육성하는 데 대한 어려움도 있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에선 현지 언어로 노래하는 로컬 가수가 강세이며 특히 일본에서는 일본어 노래가 85%를 차지한다.
안석준 대표와 유영민 대표는 "K팝 가수가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있는데, 일본 가수도 한국식 마케팅으로 버즈(Buzz)를 일으켜 아시아로 무대를 넓혀나갈 복안"이라며 "K팝 가수가 미국과 유럽에선 공연으로 수익을 내듯이 동일한 가수여도 국가별 음원 출시, 라이브 콘서트 구성 등에서 현지 관객 취향을 고려해 시장에 맞는 전략을 접목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CJ E&M은 현지화에 역점을 두고 일본뿐 아니라 중국, 미국 등지에도 합작 회사를 설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안석준 대표는 "중국,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적합한 파트너와 손잡고 현지 가수를 육성할 것"이라며 "이러한 제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글로벌화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확립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터엔터테인먼트 요네미쓰 부사장, CJ 빅터 유영민 대표, CJ E&M 음악사업부문 안석준 대표(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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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28 0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