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표적'은 한 번 타면 끝날 때까지는 멈춰 서지 않는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다. 시작과 함께 추격전이 이어지고, 주인공들은 사선(死線)으로 내몰린다. 다소 투박하지만 아슬아슬한 액션과 거의 곡예 수준의 심리 드라마가 출렁인다. '표적'은 지난해 개봉한 '감시자들'과 함께 원작을 국내 실정에 맞게 리메이크한 훌륭한 사례가 될 것 같다.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의 만듦새는 원작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순제작비 44억 원에 불과한 '표적'이 기대 이상의 만듦새를 보여주면서 연휴가 낀 5월 극장가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100억 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현빈 주연의 '역린', 류승룡 주연의 '표적'이 삼파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총을 든 사람들에게 쫓기던 여훈(류승룡). 붙잡히기 일보 직전, 차에 치여 정신을 잃은 채 응급실로 옮겨진다. 응급실 당직인 의사 태준(이진욱)은 누군가에 의해 여훈의 산소호흡기가 잘려 있는 걸 목격한다.
인공호흡으로 여훈을 간신히 살리는 데 성공한 태준은 보람찬 마음으로 귀가했으나 예상치 못한 공격에 정신을 잃는다. 곧이어 울리는 전화벨 소리. "여훈을 병원에서 빼내지 못하면 아내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낯선 남자의 협박에 태준은 병원으로 향한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영주(김성령)와 그의 수하가 여훈을 지키는 상황. 태준은 전문지식을 이용해 여훈을 빼돌리는 데 성공하지만, 정신이 돌아온 여훈에게 제압당한다.
'표적'의 장점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멈추지 않는 속도감 있는 드라마에 있다. 전개가 빠르면서도 이야기의 이음매가 부드럽다. 전후 맥락을 위해 플래시백을 사용했지만 최소화했다.
아울러 98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상영시간 동안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보여줄 액션은 다 보여주며 인상적인 장면까지 곁들였다. 상영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으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좌고우면하는 한국영화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할 말 다하면서 100분 안에 끝내는 '표적'의 간결함은 칭찬받을 만하다.
인물의 매력지수도 높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사건을 추격하는 중부서 경감 영주와 부하 수진(조은지)은 마치 캐릭터 영화의 두 주인공 같은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스크린에 돋을새김한다. 특히 둘이 경찰서 창가에서 맞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독특한 장면이어서 눈길을 끈다. 광역수사대 경감 송반장(유준상)의 악마적인 매력도 만만치 않다.
김성령과 조은지, 유준상의 매력 앞에 주인공 캐릭터인 여훈과 태준이 묻히면서 영화의 균형감이 다소 무너진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류승룡과 이진욱도 연기를 잘했지만, 캐릭터의 매력 지수만은 앞의 세 명에 비해 떨어진다. 틱 장애를 지닌 성훈 역을 맡은 진구의 연기도 주목해서 볼만하다.
공포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2008)로 연출 데뷔한 창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6년 만에 일취월장한 감독의 연출력이 눈에 띈다. '표적'은 올해 칸영화제 공식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4월30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98분.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26 0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