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첫 '가발 생산' 주목…"대북 사업 매력은 '재미'"
(서귀포=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북한에서 '가발업'이라는 업종을 처음으로 허가받았습니다. 이제는 전문가 양성을 위해 '가발기술인학교'도 운영하고 있지요."
재외동포 대북 사업가로 알려진 호주 코스트그룹의 천용수(61) 회장이 북한에서 '가발 사업가'로 새롭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1983년 호주로 이민을 떠난 천 회장은 현지에서 사업에 크게 성공한 뒤 1992년 북한의 광산 개발에 주목해 북한에 처음 진출한 동포 사업가 1호.
그간 천 회장이 북한에서 벌인 일은 광산 개발 외에도 산업용 스펀지를 만드는 폴리우레탄 공장을 비롯해 세탁·세수·가루비누 사업 등 다양하다.
여기에 중장비를 북한에 들여와 산업 현장에 공급하는 독점권도 보유하고 있다.
평양에 재외동포 사업가로는 처음으로 3층짜리 사옥도 올렸고, 각지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모두 9개 사업 업종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 그가 요즘 북한의 가발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직접 공장을 세워 인조 머리카락이 아닌 실제 사람 머리카락을 이용한 '인모 가발'을 생산하고 있다.
값싼 노동력에 기술력까지 더한 북한 가발이야말로 중국산이 장악한 엄청난 규모의 미국 가발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천 회장은 2004년 북한에서 개최된 평양무역상담회 당시 '북한 가발'이라는 아이템을 처음으로 구상했고, 5년 뒤 가발 공장의 문을 열었다. 북한 정부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아 가발업을 시작한 사람은 천 회장이 처음.
그의 가발 공장은 현재 평양뿐 아니라 함흥, 해주에도 자리하고 있다.
"한 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가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13억 달러예요. 그런데 중국이 이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에 미국 가발시장의 가능성을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북한 가발산업이 시작된 것이지요."
그는 재작년 11월부터는 북한에서 만든 가발을 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올 1월에는 중국 단둥에 가발 공장을 세워 해외 직거래의 길도 열었다.
여기에 세련된 북한산 가발을 만들기 위해 '가발기술인학교'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가발을 제대로 만드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그런 그도 북한 진출 초기에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1992년부터 북한 광산업에 투자했지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서 막대한 손실을 봤다. 그는 "정말 값비싼 수업료를 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일어섰다고 했다. 20년 넘은 대북 사업은 이렇게 오뚝이처럼 넘어졌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진척을 보였고, 이제는 중국 업체들과 맞붙어 북한의 광산 개발 입찰을 따낼 정도로 성장했다.
24일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가 열리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에서 만난 천 회장에게 23년간 끌어온 대북 사업의 매력을 묻자 주저 없이 "재밌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북 사업은 무엇보다 재밌어요. 북한은 다른 나라와 완전히 다른 국가입니다. 북한이 쉽게 사업을 할 수 있는 곳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은 제가 이야기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줍니다. 이제는 북한이 오래돼서 그런지 오히려 편안하네요."
'경제인'이라는 이유로 남북문제에 말을 아껴온 천 회장은 한동안 '화두'가 됐던 통일 문제를 놓고 "(당장) 통일은 안 되더라도 잘 풀렸으면 한다"는 말로 남북관계가 진전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25 12:4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