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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한국사학에서 '창비'와 '문지'의 역할

posted Apr 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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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백 연세대 교수 '동방학지' 논문서 조명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해방 이후 박정희 정권을 거치는 동안 한국사학계 일각에는 뚜렷한 두 가지 흐름이 나타났다. '민중'과 '분단'이라는 현실 문제를 연구에 적극 흡수하려 한 집단과 함께, 역사학이 시대적 요구와 관련이 있다는 '현재성'을 인정하면서도 상대적으로 현실과 거리를 두는 관점이 존재했다.

 

신주백 연세대 국학연구원 인문한국(HK) 연구교수는 1970년대 중반 이같은 역사학적 태도의 분화 과정, 더불어 그 가운데서 계간 문학비평지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과 '문학과 지성'(이하 문지)이 담당한 역할을 조명했다.

 

신 교수가 국학연구원 학술지 '동방학지'에 발표한 논문 '관점과 태도로서 '내재적 발전'의 분화와 민중적 민족주의 역사학의 등장'에 따르면 1960년대 한국사학계에는 일제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주체적 한국사를 세우려는 인식이 확산했다.

 

이는 4·19 혁명 이후의 민족주의 열기와 함께 등장한 '내재적 발전론'으로, 일제 침략이 없었다면 한국이 자주적으로 근대화를 이뤄냈을 것이라는 관점이다.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의 반대 입장이다.

박정희 정권은 이런 연구 경향을 '대한민국 정통성'과 반공 이데올로기 강화에 이용하며 '주체적 민족사관'을 세우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자연히 내재적 발전론자들 가운데서도 정부의 '관제적 역사 인식'에 반대하는 이들이 나왔다.

 

1970년대 중반에 이르면 정부의 역사관에 비판적인 학자들 사이에서도 분화가 이뤄진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민중'과 '분단'을 학문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관한 견해차였다. 신 교수는 대표적 인물로 강만길과 이기백을 거론했다.

 

강만길은 이 시대를 '분단시대'로 규정하고 민중이 민족의 주체로서 미래의 통일 문제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단시대 극복과 진정한 민족국가 수립 문제 등을 학문적으로 다루는 것이 한국사학계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기백은 역사학의 현재성을 원칙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역사학에서 현재의 사실을 과거의 사실과 직결시키면 역사학이 독립된 학문으로서 권위를 지키기 어렵다며 강만길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여기서 신 교수는 강만길과 이기백으로 대표되는 두 집단이 대학 사회의 '학파'가 아니라 창비와 문지라는 문학비평지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견해를 펼친 점에 주목하면서 두 잡지가 당시 '핵심적 공론장'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두 잡지는 1970년대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대학 밖의 공론장'을 제공했으나 현실에 개입하는 방식은 확연히 달랐다"며 "현실에 개입하는 방식에 대한 차이는 강만길과 이기백의 학문관 차이와도 밀접히 연관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이들 두 집단이 계간지 출판사인 '창작과비평사'와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한국의 역사인식' '역사란 무엇인가' 등 기획서를 내놓으며 자신들의 역사학적 견해를 지속적으로 제시한 점도 지적했다.

 

신 교수는 "최소한 1970년대 한국에서 한국사 연구와 관련한 학술 담론은 대학의 사학과보다 대학 밖에 형성된 학술장에서 이끌어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두 잡지를 중심으로 발신하는 담론은 지배담론의 관제적 공공성에 대항하는 비판적 그룹들이 구현하는 민주적 공공성이 분화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동방학지 최근호에는 과거 창비와 문지 편집인을 각각 지낸 평론가 염무웅·김병익과 백영서 국학연구원장의 대담도 실렸다.

puls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25 07: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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