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외길…작년 3천500만 개 판매해 2억 달러 매출
<※ 편집자주 = 22∼24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국제컨벤션센터에서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가 주최하는 제16차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가 열립니다. 대회에는 월드옥타 회원 540명과 외빈, 제주도 내 중소기업 참가자를 포함해 7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습니다. 행사를 공동주최하는 연합뉴스는 참가자 가운데 월드옥타를 이끌고 각국에서 경제 한류의 리더로 활약하는 CEO들을 만나 근황과 함께 경영 노하우를 소개하는 기사를 송고합니다.>
(서귀포=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이번 주 미국 플러튼에 있던 LA지사가 브레아로 이사합니다. 직원 65명이 1천200만 개의 모자 재고와 사무기기 등을 옮기는 회사 창립 40년 이래 최대 행사입니다. 하지만 제겐 월드옥타가 더 중요합니다."
지난해 자그마치 3천500만 개의 모자를 판매해 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미국 소네트사 조병태(68) 회장. 그는 국내 중견기업인 유풍실업이 생산한 150여 가지의 모자를 수입해 미국에 판매하고 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본사가 있고 LA에 지사가 있는데 판매량으로 따지면 본사 30%, 지사 70%여서 사실상 LA가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월드옥타 제9대(1997∼1998년) 회장을 맡아 활동하며 단체를 반석에 올려놓은 그는 22일 대회장에서 기자와 만나서도 "회사가 이사하는 것보다 행사 참여가 내게는 더 중요했다"며 자랑하듯 말문을 열었다.
33년 역사의 월드옥타는 전 세계 68개국 130개 지회를 거느린 국내 최대 규모의 재외동포 경제단체. 매년 4월과 10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공동으로 각각 세계대표자대회와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열고 있다.
"눈 감기 전에는 월드옥타 행사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조 회장은 "우리 단체가 21세기 고국 경제발전에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며 "월드옥타가 성장하면 나는 배가 부르다"고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월드옥타 회원들로부터 "단체 재건에 불을 붙인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명(10개 지회)도 안 되던 회원 수를 회장 재임 기간에 1천200명(48개 지회)으로 10배 이상 늘리는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2년 동안 자신의 사업을 내팽개치고 전 세계를 돌면서 기업인들을 설득해 미국 LA를 필두로 워싱턴·애틀랜타·댈러스, 중국 베이징, 영국,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등의 지회를 설립했다.
출장과 행사 등 일체의 경비는 자비를 털어 충당했다. 회원을 모아 1997년 10월 뉴욕에서 제1회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열었다. 27개국 35개 지회에서 500명이 넘는 회원이 참석했다.
1998년에도 고국이 경제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자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제2회 대회를 개최했다.
"'조국을 살리려면 가서 달러를 쓰자', '한국산 상품을 구매해 가자', '한국에 계좌를 개설하자'라며 회원을 독려했습니다. 많은 회원이 뜻에 공감해 고국을 찾았죠. 자발적으로 고국 경제 살리기에 나서자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이 우리 단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김종필 국무총리가 격려사를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월드옥타를 알리고 기반을 닦았습니다."
개인 사업보다는 월드옥타에 열정을 쏟아붓는 사이 모자 수요가 많은 LA에 지사를 설립하는 것이 늦었다. 그러나 그는 "단연코 후회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40년 동안 지속 성장을 해왔기에 상관없다는 것이다.
소네트는 1978년부터 10년 동안 기업의 광고를 모자에 새기는 판매 전략으로 상승곡선을 탔다. 이어 1985년부터 10년간은 모자 앞에 프린트 대신 뉴욕 양키스·LA 다저스 등의 팀 이름을 수놓아 판매하면서 활기를 띠었고 1996년부터 지금까지는 신축성 있는 첨단 기능성 제품인 '플렉스피트'를 개발해 '대박'을 쳤다.
올해는 10% 성장한 2억2천만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뛰고 있다. 오히려 경기가 나쁠 때 모자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늘어나기에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소네트는 유럽·캐나다·남미·아시아 시장에 모자를 수출한다. 미국 시장은 18%, 전 세계는 10%를 장악했다.
"고객의 수요에 맞는 상품 개발과 함께 모든 제품에 특허를 추진해 따냈지요. 그리고 개당 25∼30달러에 모자를 판매하는 고가전략을 펼치면서 고객 감동 서비스를 충실히 펼쳤습니다. 이게 우리의 성공 노하우라고 말할 수 있지요. 전 세계 모자업계에서 '토머스'(조 회장의 미국이름)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40년 동안 굳건한 신뢰를 쌓은 것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1명당 연간 7개씩의 모자를 구매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래서 조 회장은 모자를 '영원불멸의 산업'이라고 긍정하며 사업하고 있다. 커지면 커졌지 축소되지는 않는다고 전망하고 있다.
40년 동안 한우물을 파던 그도 서서히 변신을 꾀하고 있다. 모자와 연관된 상품, 즉 티셔츠, 신발, 가방, 카디건 등을 생산해 판매한다는 신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뽑아서 5년 안에 상품을 물갈이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모자 사업에 소홀할까 봐 눈을 안 돌렸지만 이제는 세대교체를 위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늦은 것은 아닙니다. 현재 마케팅 리서치를 끝내고 제품 개발 준비 중입니다."
그는 모자를 바탕으로 2∼3배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 땅에서 성취해 사회환원하고, 2세들의 정계 진출을 돕기위해 "내 사전에 은퇴는 없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앞으로 버는 돈은 한인 상·하원의원 배출은 물론 10년, 20년 후에 한인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후원금으로 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미 사재를 출연해 비영리단체인 'LOVE'를 설립했다.
월드옥타의 청년 인턴십과 취업·창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그래픽 디자이너, IT 분야, 마케팅 분야의 국내 청년 인턴들을 채용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4명을 인턴으로 뽑아 미국에 갈 계획이다.
핸드볼 선수였던 그는 유풍실업 뉴욕지사장으로 재직하다 미국에 뿌리를 내렸다. 뉴욕한인경제인협회 회장과 한인이민100주년기념사업회 회장, 전미한미재단 총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22 17:4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