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뉴스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2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희생된 부산외대 학생 9명의 유족 대표인 김판수(53) 씨가 21일 세월호 참사 소식에 대한 심경을 묻자 한 말이다.
졸지에 딸 고(故) 김진솔(20) 양을 잃은 김 씨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후 줄곧 종일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고 한다.
김 씨는 "아직 내 아이도 잊지 못해서 눈물이 나는데 어리광을 피우며 사랑을 듬뿍 받아야 하는 아이를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떻겠느냐"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또 "1%의 가능성은 있는 만큼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모두가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면서 "제발 실종된 아이들이 살아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어른들의 무관심과 안전 불감증이 수많은 아이의 목숨을 빼앗는 참사가 되풀이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가 부실시공과 사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벌어졌는데 이번 참사도 무리한 선박 개조와 관리 소홀, 안일한 대응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김 씨는 "경주 사고 후 정부와 정치권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안전관리 강화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면서 "말만 할 게 아니라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하는 다른 부산외대 학생 희생자 유족도 "왜 이런 일이 자꾸 생기고 젊은이만 죽어가는지 모르겠다"면서 "소득수준은 높아졌지만 재난대응은 후진국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주위에서는 TV를 보지 말라고 하지만 종일 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면서 "세월호 참사 뉴스를 보고 있자니 내 아이를 잃을 때가 떠올라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다"며 진저리를 쳤다.
떠난 아들의 흔적을 발견하는 게 두려워 2개월째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다는 이 유족은 "한 사람이라도 살아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면서 "마지막까지 구조에 온 힘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21 15:2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