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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청년' 박시환 "살고싶어 노래…4전5기로 꿈이뤄"

posted Apr 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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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공 출신 엠넷 '슈퍼스타K 5' 준우승자, 데뷔 앨범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지난해 엠넷 '슈퍼스타K 5' 1회에서 부산 항만의 중장비 정비공인 B-68번 참가자 박시환(27)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곱상한 외모였지만 더벅머리에 후줄근한 후드 티셔츠를 입고 이적의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를 절실하게 노래하자 시청자들은 '이번 시즌 화제의 도전자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특히 지원서에 "살고 싶어서"라고 쓰고서 이 프로그램에 5번째 도전한 사실과 13㎜짜리 볼트를 손에 쥐고 노래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도전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볼트 청년'으로 불리며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은 그는 '슈퍼스타K 5'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우승자를 가리는 파이널 무대에서 불안한 고음과 음이탈로 가창력에 대한 혹평이 쏟아졌다. 심사위원 이승철은 71점을 주며 "내가 본 결승전 가운데 최악이다", 이하늘은 "결승전 무대로 보기엔 실망스럽다. 박시환은 한 번도 날 만족하게 한 적 없다"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박시환이 프로그램 종영 5개월 만에 데뷔 미니앨범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을 발표했다. '4전 5기'의 드라마를 쓴 박시환을 최근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났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13㎜ 볼트가 쥐어있었다.

 

"정비공으로 일하면서 주머니에 볼트를 늘 넣고 다녔어요. 과장님이 스패너(볼트를 죄거나 푸는 데 사용하는 공구)를 다 챙겨다닐 수 없으니 눈대중으로 볼트 크기를 알려면 손의 감각을 익혀야 한다고 해 항상 쥐고 다녔죠. 그러다 보니 지금도 볼트는 제게 안정감을 주고 옛날 생각도 나게 해서 계속 들고 다녀요."

 

'슈퍼스타K 5' 당시 안겨준 실망감을 만회하기 위해 앨범을 준비하며 부단한 노력을 해야 했다. 더 이상 아마추어 도전자가 아닌 만큼 라이브에 대한 불안감을 줘선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먼저 좋아하는 술을 끊고 절제된 생활을 하며 10㎏을 감량했다"며 "또 보컬 연습에 치중했고 녹음 때도 작곡가 분의 지적에 따라 고쳐가며 수차례 반복해 그 과정에서 보컬이 꽤 향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연 과정에서 받은 혹평을 모두 받아들이고 있었다.

 

"긴장을 너무 한 탓인지 보컬 실력으로 만족감을 못 드려 아쉬움이 많아요. 이승철 심사위원이 '최악'이라고 얘기했을 때 너무 죄송했어요. 거짓말 안 보태고 팬들이 응원해줘 파이널 무대에 올라간 측면도 있다고 봐요."

 

이 지점에 오기까지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서울이 고향인 그는 고교 3학년 때 직업반으로 옮겨 항공 정비를 배웠다. 호서예술전문학교 실용음악과에 합격했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등록금을 낼 형편이 안됐다. 결국 2012년 부산으로 내려가 항만 연수원에서 3개월 교육을 받으며 지게차 자격장을 땄다. 항만 정비공으로 취직해 월급 150만 원을 받았다. 반은 부모님께 드리고 반은 월세, 생활비로 쓰면서 틈틈이 오락실의 동전 노래방을 찾았다.

 

"형이 노래를 많이 좋아했고 저도 노래하고 싶은 꿈을 꿨습니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밀어주겠다고 했던 대학 입학이 좌절돼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동전 노래방에서 노래했어요."

 

내성적이고 우울감이 컸던 그는 자신의 얘기를 담아두는 소극적인 성격이었고 부모님, 형과의 사이도 소원했다.

 

그러나 '슈퍼스타K 5' 도전 이후 꿈을 이루면서 모든 것이 변화됐다.

 

그는 "부모님과 소원하던 사이가 원만해졌고 파스타 집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두 살 위 형과도 꽤 친해졌다"며 "준우승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는 내게 사치인 것 같아 그걸 팔아서 월세 사는 부모님에게 전세를 알아보라고 드렸다"고 말했다.

첫 앨범은 새봄, 박시환이 과거의 자신을 벗고 새로운 삶을 위해 깨어난다는 의미로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라 제목을 붙였다. 작곡가 박근태가 프로듀싱을 맡고 작사가 심현보, 김이나 등이 참여했다.

 

타이틀곡 '다만 그대를'은 브릿 팝 기반의 팝 록으로 리듬감 있는 반주에 떠난 여자를 그리워하는 남자의 심정이 담겼다. 박근태는 이 곡에 고(故) 김광석의 '사랑했지만' 후렴구를 샘플링 했다. 이 곡의 원작자인 한동준은 최근 '김광석 다시 부르기' 콘서트에서 만난 박시환의 가능성을 인정하며 흔쾌히 수락해줬다.

 

발라드곡 '할 수 있는 건 없다', '뒤척이다' 등에선 아날로그 감성도 엿보인다. '뒤척이다'를 녹음하면서는 눈물을 흘려 몇 번이나 녹음을 중단했다.

 

전반적으로 봄날의 이별 감성이 담겼지만 정작 그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모태 솔로'라고 한다.

 

"맘에 둔 여성에게 차인 적도 있지만 성격상 고백을 잘 못해서 늘 지켜보다가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가정 형편 때문에 자격지심도 있었던 것 같아요."

 

"살고 싶어서 노래했고 노래 덕에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는 그는 올해 이루고 싶은 소망을 세 가지 이야기했다.

 

"가수로서 많은 분께 사랑받고 싶어요. 마음의 치유가 됐으니 적극적으로 연애도 해보고 싶고요. 그리고 가족이 안정적인 집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부모님과 형에게 집을 장만 해 드리고 싶어요."

 

 

 

mim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20 15: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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