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악 전문 실내악단 '에스페리옹 21'과 내한공연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에스페리옹 21'이 추구하는 음악은 타임머신과 같습니다. 고음악을 통해 다양한 시대로의 여행이 가능하니까요."
스페인 출신의 고음악 거장인 조르디 사발(73·Jordi Savall)이 자신의 가족을 비롯한 여러 음악가로 구성된 고음악 전문 실내악단 '에스페리옹 21'(Hesperion 21)을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비올라 다 감바'라는 바로크 악기 연주자 겸 지휘자인 그는 1974년 아내 소프라노 몽세라 피게라스(2011년 별세)와 '에스페리옹 20'(21세기에 들어서면서 '에스페리옹 21'로 바꿈)을 창단해 다양한 고음악 레퍼토리를 발굴하고 전파해왔다.
그는 '에스페리옹 21'과 함께 중세와 바로크 사이 시대의 음악 작품과 악보, 악기와 미출판 자료 등을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
또 '에스페리옹 21'을 비롯해 '르 콩세르 드 나시옹', '라 카펠라 레알 데 카탈루냐' 등 자신이 창단한 세 앙상블을 이끌고 연주회와 음반 발매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6일 저녁 전화 인터뷰로 미리 만난 사발은 '에스페리옹 21'이 추구하는 음악에 대해 "고음악과 지금 이 시대 음악의 오묘한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중세나 그 이전의 고음악을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음악가들이 연주하면서 거기에 즉흥성을 더합니다. 과거의 음악이 이 시대 연주자들의 창의성과 만나 다시 살아나는 것이지요."
이번 내한 공연 프로그램의 주제는 '동양과 서양'이다. 정치·종교적 갈등으로 멀어진 아랍 이슬람 문화권과 유럽 기독교 문화권의 음악적 공통분모를 찾아나서는 여정이다.
사발은 "기독교인이든 이슬람교도든, 유대인이든 불교도든 상관없이 음악을 통해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다양한 문화권에 뿌리를 둔 고음악으로 서로 다른 영혼 간의 대화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서로 다른 문명과 전통에 바탕을 둔 음악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실제로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그는 "종교 간 대립을 초래하는 것은 인간의 무지와 어리석음, 광신주의이고 무지한 사람만이 자신의 작은 세상이 전부라고 고집한다"며 "반면 음악으로 예술적 감성을 가꾼 사람들의 마음은 열려 있다. 음악이 우리의 귀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열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생 고음악 전파에 앞장서온 그에게 이 시대 사람들이 고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고음악에는 오늘의 음악에는 없는 특별한 정서와 아름다움이 있어요. 그러한 것들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준다고 믿기에 고음악을 되살리려 하는 것입니다."
고음악에 대한 이런 믿음 때문일까. 그는 이번 공연 프로그램이 한국 관객에게도 특별한 울림을 줄 것이라는 확신에 차있었다.
"인간적 정서와 아름다움이 담긴 음악은 사람의 영혼에 바로 가 닿습니다. 음악은 인간의 보편적 언어니까요.
▲ 조르디 사발 & 에스페리옹 21 내한공연 = 29일 오후 8시 LG 아트센터. 관람료 3만~9만원. ☎02-2005-0114.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17 07:4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