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난의 왓 채행 사원
(난<태국>=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태국 북부 난에 위치한 왓 채행 사원에는 금빛 쩨디와 화려한 건축물이 있다. 1355년 창건됐다고 전하며, 난의 사원 중에서 가장 화려한 면모를 띤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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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태국>=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방콕에서 약 660㎞ 떨어진 난은 인구가 2만 명 남짓한 작은 도시다. 열대우림이 무성한 고산에 둘러싸여 안온하다.
라오스와 국경을 접한 난은 많이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지만, 문화와 예술의 이야기가 흘러넘치는 곳이다. 그래서 난을 여행하려면 우선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이곳의 본격적인 발전은 14세기 후반부터 이뤄졌다. 난타부리 혹은 워라나콘이라 불렸던 왕국이 난 강 서안의 평지에 도시를 세운 것이다.
난에 거점을 둔 왕국은 태국 북부와 라오스에서 위세를 떨쳤던 나라인 란나타이의 일원이었다. 란나타이는 치앙마이를 비롯한 9개 소국의 연합체였다.
당시 난은 '중간 도시'라는 뜻의 치앙클랑이라 일컬어졌다. 치앙마이와 현재의 루앙프라방인 치앙통(Chiang Tong) 사이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험준한 산악지대에 외떨어져 있던 난 왕국은 수백 년 동안 지속됐음에도 외부와의 교류가 별로 없었다. 그들에게 고립은 운명이자 선택이었다.
1930년대 왕국이 종식을 고하고 태국에 편입됐지만, 50여 년 동안 정치적 불안이 계속돼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왓 카오노이 사원에서 바라본 난 시내
(난<태국>=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태국 북부 난에 위치한 왓 카오노이 사원에서는 난 시내가 굽어보인다. 난은 인구 2만여 명의 작고 평화로운 도시로 다양한 문화 유적이 산재해 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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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0년 동안 걸어 둔 빗장을 풀다
난은 조개 속에 숨은 진주와 같은 곳이다. 오늘날은 주변 지역과 도로가 연결되고, 호텔과 레스토랑이 생겨나면서 여행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방콕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반이면 두꺼운 장막 뒤에 가려 있던 신비로운 도시에 도착한다.
주민이 적은 만큼, 난은 중심지도 좁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여유 있게 돌아다닐 수 있다. 난의 주요 볼거리는 전통이 깃든 사원이다.
시내를 거닐다 보면 붉은색 삼각 지붕이 특징인 불교 사찰과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금빛 불탑이 처처에 눈에 띈다. 그래서 난에서는 개성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가람 순례를 빼놓을 수 없다.
왓 푸민 사원 내부의 아름다운 벽화
(난<태국>=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태국 북부 난에 위치한 왓 푸민 사원 내부는 벽화로 가득하다. 벽화는 중국에서 건너온 타이루 족이 그렸으며, 부처의 생애와 과거 난 사람들의 일상 모습이 담겨 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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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난의 사원 중에서 압권은 단연 왓 푸민이다. 1596년에 건설된 이 사원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십자 형태이며, 문이 사방에 나 있는 특이한 구조를 띠고 있다.
왓 푸민은 외관도 유별나지만, 내부는 더욱 황홀하고 경이롭다. 모든 벽면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벽화는 1867년부터 7년간 사원을 보수하면서 그려졌는데, 주된 내용은 부처의 생애를 담은 설화집에서 비롯됐다. 태국 사람들의 독실한 불심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색이 바랬지만, 으늑하고 오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벽화를 완성한 주인공은 타이루 족의 화가다. 19세기 중엽 중국 윈난성에서 건너온 이들은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났다. 그림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건축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재미있는 사실은 왓 푸민의 벽화에서 타이루 족의 일상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방에서 직물을 짜는 여성, 태국의 전통적인 머리 스타일을 보여주는 남성,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다.
왓 푸민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는 역사가 더 오랜 사원인 왓 창캄이 있다. 1406년 건립됐으며, 왕이 불교 의식을 집전할 때 사용됐다. 왓 푸민에는 없는 태국식 불탑인 쩨디가 서 있는데, 기단부에 코끼리가 조각돼 있는 점이 색다르다.
난 근교에 자리한 사원 가운데는 왓 채행과 왓 카오노이가 볼만하다.
왓 채행은 난의 사원 중에서 가장 화려하다. 1355년 창건됐다고 전하는데, 란나타이의 예술 양식과 타이루 족의 문화가 결합된 면모를 보인다. 사찰을 에워싼 높은 담 너머로 하늘을 향해 치솟은 쩨디가 시야에 들어올 만큼 웅장하다.
왓 카오노이는 난 시내를 굽어보는 전망대와 같은 곳이다. 높이 9m의 불상 아래로 시곗바늘이 멈춘 듯한 도시 풍경이 펼쳐진다. 나무가 우거진 평평한 대지에 낮은 건물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아침 공양하는 난 주민들
(난<태국>=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태국 북부 난의 아침시장 앞에서 주민들이 승려에게 아침 공양을 한 뒤 기도하고 있다. 라오스와 국경을 맞댄 난에는 불교 사원이 많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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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로이 무위도식하는 행복
난 주민들의 생활은 새벽부터 시작된다. 해가 떠오르면 시장은 찬거리를 구하려는 아낙으로 북적거린다. 지방의 시장치고는 규모가 상당해서 먹을거리는 물론 옷과 잡화도 판매된다.
장터 앞에서는 손님을 태우려는 인력거꾼이 느릿느릿 배회한다. 또 승려에게 꽃과 음식, 돈을 바친 뒤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장면도 자주 목격된다.
시장 구경을 마쳤다면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여기저기 쏘다니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가보지 않았던 사원에 들르거나 숙소에서 편안히 쉬면 된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도시의 속도에 생체리듬을 맞춰야 한다.
휴식이 지루해지면 자전거를 빌려 왓 푸민 건너편의 여행자 안내소로 가면 된다. 다양한 정보를 묻고, 상점과 찻집에서 시간을 때울 수 있다. 주변 노점에서는 벽화의 일부를 인쇄한 티셔츠나 저렴한 장신구, 간식거리를 판다.
난 시내를 도는 시티투어 열차
(난<태국>=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태국 북부 난에는 시내를 돌아볼 수 있는 시티투어 열차가 운행된다. 약 1시간 동안 열차를 타고 도시 이곳저곳을 살펴볼 수 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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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안내소는 난의 주요 명소를 통과하는 열차의 기점이기도 하다. 시티투어 버스와 같은 이 열차에 탑승하면 1시간 동안 설명을 들으며 구석구석을 누빌 수 있다. 왕조 시대의 흔적인 성벽과 초등학교 등을 경유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10 09:0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