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근로자 임금이 늘어나 가계와 기업 사이에 균형적으로 소득이 배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일 금융연구원·동반성장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콘퍼런스에서 '한국경제의 저성장 구조와 동반성장'을 주제로 이렇게 발표했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2년 2.0%, 2013년 3.0%로 2년 연속 3% 이하에 그쳤다. 성장률이 3% 밑으로 떨어진 뒤 뚜렷하게 반등하지 못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소비 둔화에 따른 내수 부진 ▲가계저축률 급락 ▲가계부채 증가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 회복의 장애물은 바로 가계소득 증가세가 둔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975∼1997년 국민총소득이 8.9배로 늘어나는 동안 가계소득은 8.2배, 기업소득은 8.1배로 늘어 증가세가 비슷했다.
하지만 2005∼2010년에는 국민총소득이 2.8배로 늘어날 동안 가계소득은 1.6배가 되는 데 그친 반면 기업소득은 26.8배로 급증했다.
이처럼 소득 증가세가 기업에 치우친 이유로 박 연구위원은 '임금 없는 성장'을 들었다.
노동생산성은 계속 높아지는데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 상용근로자의 실질 평균임금이 2008년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를 꺼리는 기업들이 돈을 쌓아두면서 기업저축률이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 수준으로 뛰어오른 점도 한 요인이다.
박 연구위원은 기업에 편향적으로 배분된 소득이 투자보다 저축에 쓰이고 있어 저성장 탈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해결하려면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는 것"이라며 "다만, 기업에 일률적으로 임금을 올리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자금순환이 원활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 횡포 가운데는 일감 몰아주기처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근로자의 고용과 소득을 늘릴 기회를 빼앗는 사례도 많다"며 "동반성장이 사회적·정치적 의미가 아닌 경제적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10 09:4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