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한국공예전 총괄 손혜원 예술감독
(밀라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우리 공예가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작년 이맘때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한국 공예전은 해외 디자인계에서 "그냥 모던한 게 아니라 슈퍼 모던하다"(디자인 평론가 크리스티나 모로치) 등의 호평을 받으며 성공리에 치러졌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대만 등지에서 잇따라 초청 전시를 열기도 했다.
그 중심에 손혜원 예술감독이 있다.
손 감독은 작년에 이어 다시 밀라노 한국공예전 예술감독을 맡았다.
그는 전시 개막일인 8일(현지시간) 전시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전시는 한지와 금속, 천, 도자기, 나전 등 재료 5가지를 두드러지게 했다"며 "무엇보다 넓은 전시장에 설치 작업의 개념으로 작품을 전시한 것이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작년보다 두 배가량 넓어진 전시장에서는 나전의 끊음질 기법으로 만든 조약돌 오브제를 비롯해 전통적이면서 자연 친화적인 소재를 활용한 작품 170여 점을 선보인다.
작년 전시가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데다 전시된 정해조(69) 배재대 명예교수의 옻칠 공예작품이 전부 고가에 팔려나가고 이후 열린 영국 콜렉트페어에서 런던 브리티시박물관이 소장을 위해 구매를 결정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둔 만큼 올해 전시에 대한 기대도 클 터.
손 감독은 "처음에는 긴장되고 걱정돼 머리가 아팠지만 전시장에서 이봉주 선생의 방짜유기 좌종 안에 머리를 집어넣고 종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다른 전시와 기운이 달라요. 천연 재료의 기운이 그대로 녹아있고, 장인의 오랜 세월이 만든 내공이 담겨 있죠."
손 감독은 "우리 공예품에는 인간의 손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내공이 녹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건 사실 제가 한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공예가 한 일이죠. 저는 그저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골라서 했어요. 세계에서 통한다는 확신을 하고 있었을 뿐이죠."
해외 전시에서 호평을 받는다고는 하나 국내에서도 공예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손 감독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다 보니 국내에서도 다행히 조금씩 인식이 바뀌고 있다"면서 "우리의 소중한 정체성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 앞서 이강효 작가의 분청사기와 황삼용 작가의 나전 조약돌 작품이 각각 2점씩 팔리자 손 감독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환해졌다.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조상이 해 온 일이 얼마나 위대한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힘들게 지내면서 자기 자신과 싸움하며 공예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요."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09 08:2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