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중국 열풍에 린이 부른 OST 곡도 빅히트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가수 린(본명 이세진·33)은 지난달 27일 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생중계된 대규모 음악 시상식 'QQ 뮤직 어워드'에 참석했다.
이날 레드 카펫에서 중국인 MC는 린에게 "내 휴대전화 벨소리"라며 린이 부른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 곡 '마이 데스티니'(My Destiny)를 들려줬다. 한 소절만 직접 불러달란 요청에 린이 후렴구를 노래하자 처음엔 어떤 가수인지 생소해하던 펜스 밖 관객들이 함성을 질렀다.
시상식에서도 린은 단연 주목을 받았다. 1부 오프닝과 2부 엔딩을 장식한 그가 오프닝에서 '마이 데스티니'를 감미로운 음색으로 선사하자 중국어권 스타들의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이돌 그룹이 아닌 국내 발라드 여가수가 이 무대에 초청된 건 무척 이례적이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자 린이 부른 OST 곡이 동반 인기를 끈 덕이다. 이 드라마 OST에 참여한 국내 인기 가수들은 여럿이었지만 비단 이 곡이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분)과 천송이(전지현)의 절실한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마치 주제곡처럼 떠올랐다.
'마이 데스티니'는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홍콩, 대만, 마카오 등의 아이튠즈 차트 1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차트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호응을 얻었다. 이어 린이 지난 달 6일 한국과 중국에서 8집을 동시 발매하자 8집 타이틀곡 '보고 싶어...운다'는 'QQ 뮤직'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을 장식했다.
중국을 다녀오고서 최근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린은 "무척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쇼핑몰을 방문했는데 '마이 데스티니'가 두 번이나 나오는 거예요. 또 시상식 때 스태프의 휴대전화에서도 울리더군요. 시상식 관계자들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젊은 사람들은 이 노래를 다 안다고 하더군요."
'마이 데스티니'의 인기로 린에게 중국어권 프로모션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이달에만 저장(浙江)위성TV '아애기가사' 출연과 행사 참석 차 항저우(杭州)와 베이징(北京)을 방문하는 중국 일정이 두 차례나 잡혀 있다. 대만과 홍콩 프로모션 일정도 논의 중이다.
린은 "나도 '별에서 온 그대' 애청자였다"며 "마지막회에서 슬픈 장면이 아니었는데도 김수현 씨가 가만히 앉아있는 모습에 그냥 눈물이 났다. 김수현 씨가 이 드라마의 OST 곡도 직접 불렀는데 노래도 정말 잘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김수현이 주연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에서도 OST 곡 '시간을 거슬러'를 불러 큰 사랑을 받았다. 중국 팬들이 김수현의 과거 작품을 섭렵하며 이 곡 역시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드라마 OST는 대본, 배우, 연출 요소로 생명력을 얻는다"며 "사실 한국어 가사로 발라드를 부르는 여가수에게 해외 활동은 녹록지 않기에 훌륭한 배우들이 출연한 좋은 작품에 노래를 싣는 건 행운"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어권의 반향은 린에게 남다른 의미도 있다.
"데뷔 이래 꾸준히 발라드만 선보여서 '새로운 장르로 변화를 줄까' 기로에 서 있던 시점이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던 차에 중국 활동 기회를 얻었으니 이보다 더 새로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중국 진출이라고 하면 거창하고요. 드라마 인기 덕에 제게도 관심을 둔 정도이니 더 큰 무대에서 노래할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최근 개인 선생님을 둬 중국어 공부도 시작했다. "중국어는 성조가 있어 발음이 어렵지만 곧잘 따라 한다고 칭찬받는다"며 웃었다. 중국어를 배우면서 중국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웨이보 계정도 직접 만들었다.
"아직 웨이보 팬 수는 몇 명 안된다"고 말한 그는 "이 기회를 재미있게 만들어가고 싶다. 말이 서툴러도 음악으로 소통하는 게 얼마만큼 파급력이 있는지 느껴보고 싶다. 어린 시절 가사의 뜻을 모르면서 팝송을 좋아한 것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중국 사람들에게 나의 목소리로 음악적인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 활동 때문은 아니지만 린은 8집의 방송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간 발표하는 곡마다 히트하며 음원 강자로 자리매김해 '보고 싶어...운다'는 여러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고 나머지 차트에서도 상위권에 진입했다.
"후배 가수들이 많이 나왔고 제 앨범이 트렌디한 음악도 아니니 가요 프로그램에서 한 발짝 빠져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팬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은 아쉬워요."
대신 그는 오는 5월 17일 오후 6시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홈'(Home)이란 타이틀로 공연한다. 집처럼 편안한 공간에서 봄날에 어울리는 따뜻한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관람료 7만7천 원, ☎ 1544-1555.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09 07:2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