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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감독 인터뷰
-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 연합뉴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4.4.6 pdj663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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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로 로테르담영화제서 작품상 탄 이수진 감독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한국 독립영화계는 지난 몇 년간 스타 감독들을 배출했다. '똥파리'(2009)의 양익준 감독과 '무산일기'(2011)의 박정범 감독은 선댄스영화제와 함께 독립영화계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작품상(타이거상)을 받았다.
40년 넘게 지속한 이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한국 감독은 홍상수(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박찬옥(질투는 나의 힘)까지 포함해 4명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지슬'의 오멸 감독이 한국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파수꾼'(2011)의 윤성현 감독이나 단편 '남매의 집'(2009)으로 주목받은 조성희 감독도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에 속한다. 여기에 한 명을 추가해도 될 것 같다. '한공주'로 제43회 로테르담영화제와 제13회 마라케시영화제에서 각각 작품상을 받은 이수진 감독이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봤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영화제 뒤풀이 자리에서 굉장히 좋은 이야기를 해줬어요.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면 믿지 않을 거라 말했더니 감독님이 바로 사진을 찍어주셨죠."
이 감독은 지난 4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마라케시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스코세이지 감독으로부터 '당장 다음 달에 이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 보고 싶다. 내 나이에도 배울 점이 아직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상찬을 받았다.
각종 영화상을 싹쓸이하는 '한공주'는 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30대 후반의 나이임을 고려하면 꽤 늦은 데뷔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는 4학년 때 친구들과 찍은 영화가 우연히 영화제에 출품되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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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감독 인터뷰
-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 연합뉴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4.4.6 pdj6635@yna.co.kr
"사진을 하면 기획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해요. 그런 점에서 영화 작업과 비슷하죠. 제 인생에서 영화 한 편은 보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만들었는데, 우연히 영화제까지 초청받았죠. 가서 보니 다른 사람들의 영화와 제 영화가 너무 비교되더라고요. 그들의 작품은 짧은 단편임에도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있었어요. 저도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한 2년만 영화를 만들자고 생각해 영화를 시작했죠."
2002년에 시작한 영화 일은 2004년 단편 '아빠'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그러나 '2년의 약속'은 계속 유예됐다. 그 와중에 허진호 감독의 '행복' 연출부에도 있었고, 단편 '적의 사과'로 2008년 미장센영화제에서 작품상(비정성시 부문)을 받기도 했다.
"저는 기한을 정해놓고 영화를 찍어요. 매 작품이 제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찍죠. '한공주' 때도 그런 각오로 찍었던 것 같아요."
이 감독이 2011년부터 시나리오를 쓴 '한공주'는 공주라는 인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영화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공주'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다. 가족과 친구에게 버림받고, 겪어서는 안 될 사건까지 경험한다. 밑바닥을 닦는 삶이지만 그는 공주와 같은 품격을 지닌 채 고통을 참고, 희망을 품고 살아가려 한다.
"주인공 이름을 제목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어린 시절 친한 이들의 별명이었던 '공주'라는 이름을 생각하고,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2002)에서 문소리가 맡은 역할과 이름이 같았던 것이다.
이 감독은 "뒤늦게 생각나 다른 제목으로 바꾸어 보려고 했지만" 대체할 이름이 없었다. 한공주라는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건 한공주라는 이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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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한공주' 이수진 감독
-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 연합뉴스 취재진과 인터뷰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4.6 pdj6635@yna.co.kr
"이름은 공주인데, 외면당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영어 제목도 한공주예요. 다만, 잘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프랑스 개봉 때는 '아카펠라'로 바꿔서 할 것 같아요."
그렇게 '한공주'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시작했지만 촬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예산은 적었고, 촬영 횟수는 27회로 빡빡했다. 결국, 준비를 잘하는 수밖에 없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리허설을 많이 했고, 대본도 계속해서 수정했다.
"저예산이지만 관객은 저희 영화를 다른 상업영화들과 같은 돈을 내고 봐요.
좋은 장비로 영화를 찍을 수는 없어 화려한 장면은 보여주지 못하지만 한정된 프레임 안에서 뛰어난 모습은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카메라의 움직임·조명·미술 같은 것들이죠. 최상의 쇼트를 찾으려고 모든 스태프가 치열하게 노력했습니다. 즉흥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순발력은 사전에 준비해야 나오는 것이거든요."(웃음)
이 감독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리듬을 가장 중시했다고 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극에서 공주가 느끼는 미묘한 감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클로즈업 쇼트를 많이 사용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제가 얼마만큼 알지는 모르겠지만, 공주의 밑바닥이 어떨까 상상해봤어요. 마치 배우들이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하는 것처럼, 시나리오 쓰는 작업도 그런 몰입이 필요해요. 공주라는 캐릭터 안에서 극한까지 고민해봤습니다."
영화를 시작한 지 12년, 오랜 숙성의 시간을 거쳐 만든 데뷔작으로 홈런을 친 이수진 감독. 차기작을 물으니 "아직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자만이겠죠. 있긴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적의 사과'를 찍고 나서 '한공주'를 찍는데 꼬박 7년이 걸렸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겠죠?"(웃음)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07 13:3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