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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세 도인'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 "회갑은 돌"
-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회복 중인 한양원(90)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한 회장은 27일 "주역의 괘에는 통일이 가까이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4. 3.27 <<문화부 기사 참조>>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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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 갔다가 회복…"괘에는 통일 가까이에 안보여"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은 생각보다 훨씬 유명한 사람이다. 특히 어디에서나 도드라지는 외모가 그렇다.
나라의 큰 행사 때면 검은 갓에 흰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종교계 대표들 사이에 서 있는 이가 그다. 요즘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전통 옷차림과 함께 둥근 옛날식 안경과 길고 흰 수염도 그의 상징이다.
우리 나이로 아흔 한 살인 한 회장을 직접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그 나이라고 믿기지 않는 젊은 피부와 힘이 넘치는 말투, 호탕한 웃음소리.
건강한 노인들에게 흔히 쓰는 '정정하다'는 말은 그에게는 쓸 수 없다. 그 힘과 기운을 제대로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족종교인 갱정유도회 대표인 그를 말할 때는 논리정연한 화법, 좌중을 압도하는 유머, 날카로운 현실 인식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그가 최근 죽을 고비를 넘겼다.
27일 서울 경복궁역 부근에서 만난 한 회장은 "정말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작년 11월 13일 승차를 거부한 택시에서 내리다가 손가방이 문에 끼었다. 그대로 넘어진 채 달리는 차에 매달려 30m 가량 끌려가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엉덩이와 허벅지 쪽 뼈가 심하게 으스러진 데다 심근경색까지 와서 중환자실로 실려갔다. 14일 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다. 병원에선 "가망이 없다"고 했고, 가족들은 장례 준비까지 마쳤다.
아무도 회복을 기대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는 기적처럼 일어났다. 아직 통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거동을 하고 있고 업무에도 복귀했다.
재작년 10월 7대 종단 지도자들과 중국의 유교 성지 순례를 갔을 때도 욕실에서 넘어져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엉치뼈를 다쳤다가 완쾌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몸은 아직 정상이 아니지만 말은 변함없이 또렷했고 생각도 명쾌했다.
한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이후 국가적 화두가 된 통일에 관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1천 번의 외침을 받으면서도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은 한국은 통일이 되면 세계 주역을 맡는다고 강조해왔다.
한 회장은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할 정도면 국민들이 모르는 무슨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주역의 대가이기도 한 그는 "괘에는 통일이 그리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에게 주역을 가르치기도 했던 그에게 대통령선거 때면 점괘를 봐 달라는 요청이 쏟아진다.
통일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염원은 누구 못지않게 크다.
"이미 한참 전에 냉전이 끝났는데도 남북한만 갈라져 있어요. 6자 회담에 참여한 강대국들이 자기들 이해관계를 따져 통일 후 한반도에도 간섭하려고 든다면 또다시 식민지가 되고마는 겁니다."
성균관장과 초대 성균관대 총장을 지낸 심산 김창숙 선생의 비서를 했던 그는 현대사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과 같이 어울려 활동했다. 조병옥 전 내무장관, 장택상 전 국무총리 같은 사람들에게서는 술도 많이 얻어먹었다고 한다.
최근 그는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정치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옛날 같으면 당신들은 깜냥이 비서 밖에 안 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고 한다. 담대하고 통이 큰 대통합의 정치가 아쉽다는 뜻이었다. 어떤 반응이 돌아왔냐고 물으니 "나이 구십이 넘은 사람한테 뭐라 하겠어요? 그냥 섭섭하대요."
한 회장은 정치권뿐 아니라 종교계에도 큰 어른이 없는 점을 많이 안타까워했다.
"천주교 노기남 주교, 불교의 효봉·경봉 스님, 개신교 강신명·한경직 목사님 등 훌륭한 분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그런 분들이 잘 안 보입니다."
그는 각 종단의 이런 지도자들을 두루 만나며 종교화합 운동을 벌여왔고 1985년 민족종교협의회를 설립해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민족종교협의회에는 갱정유도회와 원불교 등 11개 종단이 속해 있다.
한 회장이 5대 도정을 맡고 있는 갱정유도회는 유교를 갱신해 예(禮)를 되찾자는 것으로 지리산 청학동 등에서 옛 모습을 하고 사서삼경을 공부하며 살아간다.
갱정유도회와 한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는 오는 4월 5일과 6일 전북 남원시 사랑의광장에서 '제13회 전국서당문화 한마당대회'를 연다. 강경(講經)·한시(漢詩)·서예(書藝) 등 3개 부분으로 나뉘어 실시되며, 한국에 유학 온 외국학생들의 참여가 많아 3년 전부터는 외국 유학생부를 따로 신설해 운영한다.
나이와 건강에 관해 얘기하던 한 회장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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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갑? 요즘에는 회갑이야 돌이지, 돌. 허허허."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27 17:1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