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곡 '그런 남자' 멜론 차트 1위 파란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생소한 이름의 신인 가수가 데뷔곡으로 가요계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26일 오전 남성 솔로가수 브로(본명 박영훈·25)의 첫 번째 싱글 '그런 남자'가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 차트에서 소유와 정기고가 부른 히트곡 '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런 남자'는 이상적인 남성들의 조건을 열거한 뒤 이러한 남성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돌직구'를 날린 가사로 공감을 이끌어내며 차트를 강타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브로가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회원이란 사실과 가사 내용이 일베 등에서 한국 여성 비하 표현으로 사용되는 '김치녀'를 겨냥한 것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로 인해 노래 가사에는 '김치녀'란 단어가 들어 있지 않지만 '김치녀' 논란으로 불똥이 튀었다.
게다가 25일 신인 걸그룹 벨로체가 '그런 남자'에 맞대응하는 가사를 담은 커버곡 '그런 여자'를 유튜브에 공개하고 카카오톡 대화로 이뤄진 뮤직비디오 형식까지 패러디하면서 관심은 한층 증폭됐다.
파란을 일으키며 논란의 중심에 선 남자, 브로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데뷔곡으로 음원차트 1위에 오른 소감이 어떤가. 반응을 예상 못했을텐데.
▲ 인기는커녕 질타받으리라 생각했다. 사실 기획사도 없는 상태였는데 '돌직구뮤직'이란 기획사를 갑작스럽게 만들고 친한 형이 매니저를 봐주고 있다. 모두 멘붕(멘탈 붕괴), 패닉 상태다. 꿈 같고 현실감이 없다.
-- 자신을 소개해달라.
▲ 1989년생이고 인천 토박이다. 처음엔 펜싱과 수영 선수로 뛰었는데 발목 복합 골절로 부상하며 운동을 그만뒀다. 음악은 19살 때부터 시작했다. 노래하는 걸 좋아해 라이브 카페 등 무대가 있는 곳을 찾아다녔는데 우연히 짜릿함을 느꼈다. 하지만 음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다른 유명 가수의 데모곡 가이드 녹음도 했다. 내 모든 시간을 온전히 투자해서 음악을 한 건 이 곡을 만든 7개월이 처음이다.
-- '그런 남자'란 곡을 쓰게 된 계기는.
▲ 작곡은 친한 형이 했고 난 작사에 참여했다. 노래를 만들 때 '누가 들어도 웃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자', '음악적으로 진지하게 접근하자', '모든 사람은 아니어도 많은 사람이 공감하게 만들자'였다. 특히 가사 작업에만 3개월이 걸렸다.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고 웃음을 주기가 어려워 거듭 수정을 거쳤다. 나도 가사 내용과 같은 경험은 있지만 전달을 극대화시키려고 과장한 부분도 있으니 '픽션'이다.
-- 일부 여성들이 가사에 불쾌감을 나타내는데.
▲ 절대다수의 여성이 아니라 일반화할 수 없는 특정한 상황 속의 여성을 거론한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에도 악역이 있듯이 픽션이라고 생각해달라. 불쾌하다는 분들이 있는 건 내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성하고 있다.
-- 그러나 힙합이 아닌 발라드에 이런 가사를 붙인 건 신선했는데.
▲ 예전부터 노래방에 가면 발라드를 부르면서 가사를 웃기게 개사해 부르곤 했다. 그러면 '진짜 웃기다'며 반응이 좋았다. 이 곡의 작곡가 형이 우연히 내가 이런 식으로 흥얼거리는 걸 듣고 그때부터 곡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 그러나 일베 회원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됐는데.
▲ 사실을 말하는 게 옳으니 일베 회원인 건 맞다. 일베는 유머 사이트로 다른 사이트처럼 거친 표현들이 필터링 없이 올라와 날 것의 콘텐츠가 많다. 일부에선 '그런 남자'가 일베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라던데 그건 아니고 남자들이 많은 사이트이다 보니 여러 글을 접하며 아이디어를 얻었을 수는 있겠다. 그러니 연관이 없다고도 말씀 못 드린다. 혹자는 나의 정치적인 성향을 궁금해하는데 정치는 관심을 둘 여력이 없어 나에겐 무지한 영역이다.
-- 일베를 이용해 노이즈 마케팅을 했다는 비판도 있는데.
▲ 노이즈 마케팅은 전혀 아니다. 이 곡을 만들 때부터 웃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기로 한 거지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자고 작정하고 달려든 게 아니다. 내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가 일베나 웹툰 등의 유머 사이트와 관심 있는 운동 관련 카페들이다. 신곡을 알리고 싶었는데 일베가 남자 회원들이 많고 광고비가 저렴하고 광고 요청을 위한 접근성도 용이했다. 그래서 신곡을 낸다고 일베에 배너 광고를 냈다. '그런 남자'는 음원과 뮤직비디오 제작비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데 돈이 없으니 비용이 저렴한 광고를 선택한 것이다.
-- 벨로체의 커버 곡은 들어봤나.
▲ 아직 노래를 못 들어봤다. 난 걸음마도 안 뗀 가수이고 그분들은 지난해 데뷔한 그룹인데 노래를 들어줘도 감사할 텐데 노래까지 불러줘 더욱 감사하다.
-- 향후 얼굴을 공개하고 활동할 의사가 있나.
▲ 난 처음에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음원만 지속적으로 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변화가 생겼으니 논의해봐야 한다.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함이 없어야 하니 다이어트를 해 몸 관리도 해야 하고 노래 연습도 더 해야 하고 마인드도 다시 잡아야 한다. 또 신곡을 만들어둔 건 있지만 완성된 곡이 없어서 작업해야 한다. 응원해주신 만큼 신선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26 19:0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