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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교수 "오른손으로 논문, 왼손으로 소설 쓰죠"

posted Mar 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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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해랑' 펴낸 김용희 교수
장편소설 '해랑' 펴낸 김용희 교수
(서울=연합뉴스) 26일 낮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중견 문학평론가인 김용희(51) 평택대 교수가 세 번째 장편소설 '해랑'(나남 펴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4.3.26 << 문화부 기사 참조, 나남 제공 >> changyong@yna.co.kr
 

세 번째 장편소설 '해랑' 출간

"문학이 주는 일차적 감동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를 뿌리칠 수 없었어"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제 전략은 오른손으로 논문과 평론을 쓰고 왼손으로는 소설을 쓰는 겁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고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은 모르죠."

 

중견 문학평론가인 김용희(51) 평택대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의 표현처럼 그는 한국 문단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양손잡이'다. 1992년 '문학과 사회'로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이후 빼어난 평론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던 그가 소설가로 데뷔한 것은 2009년.

 

그해 '작가사회' 가을호에 '꽃을 던지다'를 발표했고, 같은 해 장편소설 '란제리소녀시대'를 펴냈다. 장르 간 이동이 드문 한국 문단에서 그의 겸업은 환영받지 못했다. 평론으로 쌓은 명성을 하루아침에 다 잃어버릴 것이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그는 창작을 병행했다.

 

장편소설 '화요일의 키스'(2010)가 뒤를 이었고 소설집 '향나무 베개를 베고 자는 잠'(2013)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세 번째 장편소설 '해랑'(나남 펴냄)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책을 내고 26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교수는 "평론 활동을 18년 가까이 해왔는데 문학이 주는 일차적 감동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를 뿌리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6년 한 언론사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한 적도 있다"면서 "그런데 저의 시가 결국에는 이야기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야기가 끝까지 저를 유혹했고, 제가 했던 영화·드라마 평론도 결국에는 그것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부연했다.

 

문학평론가가 쓴 소설이라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평론가가 쓴 소설이라고 하면 엄숙주의 내지는 견고한 이론적인 틀에 맞춰 쓴 소설을 예상하기 쉽지만 그의 소설은 가볍고 술술 읽힌다.

 

신작 장편소설 '해랑'의 경우 "손목의 힘을 조금 더 빼고 썼다"는 그의 말 그대로다. '작가세계'에 연재한 작품을 개작한 이 소설은 스피디하게 사건이 진행되고 장면 전환도 순식간에 이뤄진다. 그의 평택대 제자인 변지은 씨가 그린 컬러 삽화는 작품에 영상미를 부여한다.

 

그렇다고 해서 주제의식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해방정국 당시 자기 균열을 경험한 지식인들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전반적인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

 

소설은 의식불명에 오랫동안 누워 있던 한 남자가 의식에서 깨어나는 데서 시작한다. 해방과 동시에 눈을 든 해랑은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극진하게 간호한 여인 은실을 통해 자신이 은실과 결혼한 조선인 이해랑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해랑은 그녀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자기가 누구인지, 무엇을 했던 사람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한밤 푹 자고 일어났는데 전혀 다른 체제가 돼버린 세상. 잊어버린 자신의 이름. 자신도 몰랐던 자기 안의 천재성.

 

그런 자신을 사람들은 전쟁광, 살인범, 마츠무라 준이치로라고 부르며 쫓아다니고 그는 그들을 피해 다니며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한 추적을 시작한다.

 

장편소설 '해랑' 펴낸 김용희 교수
장편소설 '해랑' 펴낸 김용희 교수
(서울=연합뉴스) 26일 낮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중견 문학평론가인 김용희(51) 평택대 교수가 세 번째 장편소설 '해랑'(나남 펴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4.3.26 << 문화부 기사 참조, 나남 제공 >> changyong@yna.co.kr
 

"조선인들은 일제 말 일본어로 글을 쓰고 읽어야 했습니다. 그들은 해방된 이후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죠. 특히 문인들의 경우 조선어를 써야 함에도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조선어가 아니었죠. 조선어를 아끼면서도 조선어를 쓸 수 없었던 딜레마가 해방 이후에 벌어졌던 것이죠."

 

그는 소설에서 이러한 이중어 딜레마를 기억 상실증에 걸린 해랑을 통해 전면적으로 부각시킨다. 소설 속에서 해랑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자신이 일본강점기 때 무슨 일을 했는가를 추적한다. 이는 해방 정국 당시 지식인들이 느꼈던 자기 동일성의 파괴 경험과 일치한다.

 

아울러 해랑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추적해가는 과정은 현대인들에게는 곧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탐색의 과정과도 닮았다.

 

더군다나 해랑이 겪는 기억상실증은 일본강점기 때에 숱한 만행을 저지르고도 해방 정국에서 오히려 승승장구한 친일파에 대한 탁월한 은유로도 읽힌다.

 

"해방은 조선이 해방된 것이 아니라 친일파가 해방된 것이라는 기록을 어디에서 본 적이 있어요. 친일파에게는 상관이 없어진 거죠. 그리고 그들은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해방을 맞았죠. 일제시기 친일을 했음에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반민특위 인사들에 대해 무자비한 암살, 살육, 보복을 저질렀죠."

 

김 교수가 이 소설에서 주안점을 둔 것은 예술과 체제였다. 소설 말미에는 한 여인이 피아노곡으로 일본 군가를 쳤다는 이유로 전범 재판을 받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예술가와 체제의 문제에 대한 고민들을 말하고 싶었다"면서 "예술가들이 심미성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가 체제에 덧씌워졌을 때 역사는 이를 어떻게 명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문학하는 사람들이 인용하는 말 중에 '문학이란 가장 쓸데없는 것으로 가장 쓸모 있게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저도 거기에 동의를 하면서도 동시에 문학이 무목적성의 극단으로 갔을 때 자폐적인 유희가 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미와 감동도 중요한 덕목이라는 생각하지만 새로운 인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이번 소설의 축으로 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 역시 근대 문학이 말하는 서구의 리얼리즘의 방식을 피하고 있다"면서 "비록 역사소설의 외양을 띠긴 했지만 제가 쓰는 리얼리즘은 근대 문학의 전통을 가진 본격 문학에서의 리얼리즘과 다른 모습의 리얼리즘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소설은 인터넷에서 연재돼 매회 조회 수 9천 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문학평론가가 소설을 쓴 것도 모자라 인터넷에 발표하다니 품격 떨어지는 행동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 문단을 지배하는 지나친 엄숙주의에서 이제는 벗어나 한국 문학도 여러 가지 소설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 승인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인터넷에 연재한 것도 엄숙주의를 깨기 위한 저의 실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chang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26 15:5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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