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부엌 형태의 효시가 된 '프랑크푸르트 부엌', 사각 상자 형태에 바퀴가 달린 '미니-키친', 나무 형태의 '키친 트리'….
20세기 부엌의 변천 과정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키친(kitchen)-20세기 부엌과 디자인'전은 192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부엌과 주방 제품을 소개한다.
내용물 이름과 눈금이 표시된 알루미늄 조리재료통, 바닥면이 살짝 기울어진 냄비건조대 등 가사 노동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배려가 곳곳에 담긴 '프랑크푸르트 부엌'은 1926년 오스트리아 최초의 여성건축가 마가레테 쉬테-리호츠키가 설계한 것이다.
붙박이식 수납공간을 가진 일체형으로, 현재 가장 일반적인 부엌 형태가 여기서 나온 셈이다.
쉬테-리호츠키는 6.5㎡의 좁은 공간 내에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효율적인 가사 노동이 가능하도록 가구를 배열했고, 공장에서 대량생산해 저가 비용을 유지했다.
1950년대 부엌은 여기서 한발 나아간다. 특히 독일 주방가구 포겐폴은 60㎝ 크기의 유닛으로 부엌 가구를 만들어 공간에 따라 자유롭고 효율적인 구성이 가능하도록 했다.
제품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표지에 소개됐던 레이먼드 로위가 디자인한 매끄러운 실루엣의 '룩 키친'은 1950년대 확산된 '유선형 디자인'을 담고 있다.
효율성과 위생성을 향상시키던 부엌은 급기야 전문 요리사의 작업장과 같은 형태로 발전한다. 불탑이 1998년 선보인 '시스템20' 부엌은 가벼운 알루미늄을 사용해 이동이 쉽고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해 다양하게 주방을 꾸밀 수 있도록 했다.
전시에서는 이처럼 부엌의 시대적 흐름을 살펴보는 것 외에도 그동안 디자이너들이 선보여 온 실험적인 부엌의 모습도 선보인다.
부엌과 거실을 분리하는 벽면에는 그릇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구멍을 낸 '유니테 다비따시옹 부엌'은 샤를로트 페리앙이 디자인했다. 르 꼬르뷔지에가 건축한 임대주택을 위한 것으로, 식기 수납장은 양쪽에 미닫이문을 둬 활용도를 높였다.
조에 콜롬보가 1963년 디자인한 미니-키친은 바퀴가 달려 이동이 가능한 소형 부엌이다. 50㎝ 크기의 사각 형태지만 소형 냉장고와 전기 버너 2개, 저장용 찬장 등 나름대로 있을 만한 건 다 갖추고 있다.
슈테판 베베르카가 디자인한 '키친 트리'는 철 기둥을 중심으로 싱크대, 조리대, 선반 등이 나뭇가지처럼 펼쳐져 있는 형태다. 사용자에 따라 각 요소의 위치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부엌이다.
Stefan Wewerka,Kitchen Tree,1984 |
각종 주방도구와 용기, 가전 등 부엌용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6월29일까지. ☎ 02-720-5114.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21 17:0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