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재단, 버려진 철판이 예술 작품으로 전(展) 개최
- 전(展), DDP 갤러리문에서 열려(10.24~12.5) -
- 을지로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12명의 작가가 65가지 작품으로 재탄생시켜 -
- 예술을 주변에서 사라지는 것들의 가치를 기억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
- 신진 디자이너 발굴 과제인 24번째 오픈 큐레이팅 전시로 무료 관람 가능 -
거듭 겹치거나 포개지는 것을 가리켜 ‘중첩’이라고 한다. 을지로는 이전 것과 새로운 것이 자연스럽게 ‘중첩’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철판을 자르는 소리와 용접소리가 쉬지 않고 들리고 골목 곳곳에는 정성 들여 쓴 빛바랜 붓글씨 간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오래된 을지로 본연의 모습이다.
노가리 골목을 중심으로는 빈티지 옷 가게와 개성 넘치는 복고풍(레트로) 카페, 칵테일 바 등 을지로의 새로운 풍경이 곳곳에 펼쳐진다. 새롭고 개성 있다는 ‘힙’과 을지로의 ‘지로’가 합쳐진 힙지로의 모습이다.
을지로가 재개발을 앞두고 새롭게 탈바꿈한다는 소식에 이곳에서 버려질 재료들의 사라질 가치들을 재해석해 간직하려는 전시가 기획됐다.
지난 10월 24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갤러리문에서 열리고 있는 <0TOX(제로투엑스) : 중첩의 구역 “을지로”> 전시이다.
전시를 기획한 '0TOX Movement(제로투엑스 무브먼트)'는 다양한 분야의 작가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그것들의 가치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한다.
이번 전시는 을지로에서 발견한 물질적, 비물질적인 것들의 이야기에서 가치를 찾아 65가지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날 것 그대로의 을지로 모습이 전시 풍경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장 내부는 을지로에서 흔히 보이는 사다리, 의자, 판(패널) 등에 65개의 작품을 적절히 배치해,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중첩된 현재 을지로의 모습을 표현했다.
작품으로는 을지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폐기물인 보빈(전선이나, 끈 따위를 감는데 쓰는 원형 심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다양한 용도의 보빈 모형 의자 작품, 시보리(돌림판을 이용해 둥글게 가공한 것)에 식물을 담아 을지로 곳곳에 존재하는 작은 공원을 표현한 작품 등 을지로의 풍경이 그려지는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새로운 것만이 가치 있는 것들인가. 시대에 뒤처지는 것들은 걷어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전시장에는 을지로의 물건들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이 있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전시명인 <0TOX(제로투엑스) : 중첩의 구역 “을지로”>는 포스터에도 담겼다.
을지로에서 버려진 재료들을 놓고 그 위에 물감을 찍어 바탕을 완성하고 고운 천으로 잉크를 정착시키는 공판 인쇄의 하나인 실크스크린을 더해 옛것과 새것의 중첩을 만들어냈다.
전시는 이익을 내지 못하면 쉽게 버려지고 대체되는 현상들이 사물이나 공간에 그치지 않고 지구 나아가 사람에게까지 적용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전시 기획자는 “이번 전시로 각자의 삶에서 가치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통찰을 통해 버려지고 대체되는 현상들의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공간은 환경을 생각해 전시가 끝나고도 재활용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가공으로 만들어졌다.
전시는 12월 5일까지 진행되고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24번째로 진행되는 오픈 큐레이팅 전시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신진 전시기획자와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소개하기 위해 2015년부터 오픈 큐레이팅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픈 큐레이팅 전시는 매년 연초에 모집공고를 통해 전시를 지원할 전시 기획자를 선발한다.
심사를 통해 선정된 전시 기획자에게는 전시 공간과 프로그램 운영 경비 일부가 제공되고 DDP 누리집 및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홍보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