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방위 로비 정황…확보 증거 많아 분석중"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전북지역 하천 가동보(하천 수위를 조절하는 장치)공사 비리와 관련해 사건 핵심 관계자 2명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사건의 규모와 수사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경찰은 충북의 A 가동보 공사 업체에서 확보한 다수의 증거자료 분석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사를 발주한 다른 지자체까지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커 후폭풍이 예상된다.
A 업체가 공사를 수주한 지자체는 전북도, 남원, 정읍, 진안, 완주, 익산, 고창, 장수, 무주 등 9곳이다.
◇경찰 "확보 자료 많아 분석 중"
지난 1월22일 사건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던 전북도청 4급 공무원 이모(52)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A 업체의 핵심관계자인 신모(53)씨까지 숨지자 수사가 난항에 빠졌지만 경찰은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일단 다음 주 임실 지역 공사와 관련해 강완묵 전 임실 군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또 신씨가 숨지기 두 달 전 사무실과 자택에서 압수한 많은 양의 증거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분석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지금까지 혐의가 드러난 전북도와 남원, 임실 외에 다른 지자체까지 수사가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현재 다른 지자체에 대한 로비 정황 등을 파악해 수사 대상에 올려놓은 상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압수한 자료를 토대로 혐의들을 확인하고 있다"며 "아직 다른 지자체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혐의가 확인된 지자체에 중점을 맞춰 수사를 마무리하고 나서 다른 지자체에 대해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가동보 설치 공사는?
하천 가동보 공사는 4대강 정비사업 후속으로 진행되는 지방하천정비사업의 하나로 각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다.
가동보는 하천 수위를 조절해 홍수나 수해를 막고, 가뭄을 예방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가동보 공사는 지방하천정비사업이 시행되기 전에도 수해 피해 복구나 하천복원공사 등에 시공됐다.
전북도는 올해 지방하천정비사업에 1천472억원을 투입해 3월부터 도내 14개 시·군 57곳에서 본격적인 정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A 업체는 2007년부터 전북지역에서 공사를 수주해 왔으며 지금까지 도내 9개 지자체에서 10건의 공사를 수주했다. 총 수주금액은 44억원에 달한다.
◇뇌물·로비 부추기는 현행법도 문제
지난 10일 경찰 조사를 앞두고 숨진 A 업체의 상무 신씨는 전북지역 영업을 총괄해 맡아왔다.
신씨는 비자금 10억여원을 조성해 이를 공사를 수주하는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업체가 남원에서 공사를 수주하도록 돕는 대가로 2억원을 받은 브로커 송모(52)씨 등 2명과 임실지역 브로커 이모(58)씨는 이미 구속된 상태다.
이들은 A 업체가 보유한 특허인 '유압식 수문장치', '위험수위 대응 수문 제어장치'를 설계단계에서 포함하도록 로비해 공사를 따냈다.
현행법상 설계에 강제된 특허공법 제품은 자치단체가 시설공사를 진행할 때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특허공법을 채택하면 '반드시 이를 대체할 만한 대체재가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어긴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법 자체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하천정비사업에서 설계단계에 미리 특정업체의 특허를 끼워넣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관급 공사 특허 조항 관련 법령이 너무 미비해 공사 수주 브로커들이 개입하는 사례가 많다"며 "관급공사도 일정금액 이상은 경쟁입찰 구매를 진행하거나 비리에 관련된 사업자들에 대한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12 14:3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