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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리버노스 "이민자 정체성 담긴 강물같은 음악이죠"

posted Mar 1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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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앨범 국내 발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부서진 드럼의 박자에 맞춰 으스대며 걷네 / 이국의 태양 아래 힘겹게 돈을 모으지 / 아이들은 낯선 언어로 부모를 부르고 / 상심한 마음으로 삶의 끝까지 걸어가네"('몬스터즈 콜링 홈' 가사中)

 

지난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6인조 밴드를 대서특필했다. 기사는 밴드를 두고 '사이먼 앤 가펑클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멜로디를 구사하는, 기존의 K팝과는 전혀 다른 음악의 밴드'라고 찬사를 보냈다.

 

유튜브에 게재된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멤버들의 친근한 생김새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노랫말은 영어이고 감성은 경계에 선 이방인의 것에 가깝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멤버가 모두 한국인 이민자 2세들이기 때문.

 

포크록 밴드 '런 리버 노스'(Run River North·강아, 북쪽으로 흘러라)를 최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총 11곡이 수록된 밴드와 동명의 데뷔 앨범이 11일 디지털 음원 형식으로 국내 정식 발매된다.

 

밴드는 201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열린 경연 대회를 계기로 결성됐다. 보컬 알렉스 황을 중심으로 전자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다니엘 채, 바이올린을 맡은 제니퍼 임, 베이스의 조 전, 드럼의 존 정, 키보드와 보컬을 담당하는 샐리 강으로 구성됐다.

 

결성 당시 멤버의 직업도 다양하다. 조, 샐리, 제니퍼는 학생이었고, 다니엘은 금융업계에서, 존은 아웃도어 전문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알렉스는 연예기획사의 어시스턴트로 근무했다.

 

"처음에 경연에 참가하려고 알렉스가 '몬스터즈 콜링 홈'을 썼고 존과 다니엘에게 들려줬죠. 이후 다른 멤버들과 공유했습니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계속 음악을 만들며 여기까지 왔어요. 각자 활동하던 분야가 다양해서인지 멤버들의 음악적 관심사도 클래식과 재즈부터 현대 음악까지 무척 다양합니다."

 

허술한 녹음실에서 만든 노래와 중고차를 배경으로 찍은 뮤직비디오였지만 그들의 음악성이 미국 파워블로거와 광고 대행사의 눈에 띄었고 유명 토크쇼 출연으로 이어졌다. 이후는 믿기 어려운 승승장구. 유명 공연장을 매진시키며 전방위로 활동중이다.

 

"짧은 여정에 너무 놀라운 일들이 많았어요. 혼다 측이 공중파 방송 기회를 준 것. 너무 멋진 매니저와 레이블을 만난 것. 클럽 트로바도르(Troubadour) 공연을 2회나 매진시킨 것. 전설적인 레코드 가게 아메바(Amoeba)에서도 공연했죠. 모두 잊지 못할 경험이에요."

 

밴드의 이름부터 인상적이다. 원래 노래 제목인 '몬스터즈 콜링 홈'이 명칭이었는데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바꿨다고 했다.

 

"강이 흘러가는 모습이 우리의 음악과 유사하다고 느꼈어요. 강렬하고 역동적이지만 잔잔하고 부드러울 때도 있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음악은 강물처럼 움직임이 살아있습니다."

 

리더인 알렉스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통계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는 주류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다니엘의 아버지는 핫도그 노점을 운영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노래에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정체성이 녹아들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음악뿐 아니라 멤버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미국에 이민 오신 부모님들입니다. 문화적 차이, 가족 관계와 의무, 유년기 등 이 모든 것이 저희를 사람으로, 또 음악가로 만들었죠."

 

밴드는 "특히 '몬스터즈 콜링 홈'은 멤버 모두 공감하는 노래다. 이민자인 부모님을 자식의 눈으로 관찰하는 내용"이라며 "노래 속에 저희의 이야기를 담아내곤 하는데 지인이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에 놓고 다양한 클래식 악기로 화음을 쌓은 그들의 음악은 전체적으로 '포크록' 장르에 가깝다. 봄날의 바람처럼 잔잔하게 흐르다가 울컥 아픔과 희망을 외치는 노래가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맴버 모두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화음이 들어가는 노래를 하게 됩니다. '포크록' 장르를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런 리버 노스'라는 정원에 각 멤버들이 음악의 씨앗을 뿌렸고 그 영향을 받은 음악이 어떤 소리로 자라나는지 지켜 보고 있어요."

 

그들은 이어 "저희의 이름 '강아, 북쪽으로 흘러라'와 같은 느낌을 음악으로 전달하고 싶다. 강물처럼 휘몰아치다 문득 조용한 냇물로 바뀌는 순간을 듣는 분들이 느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밴드의 뮤직비디오는 멤버들의 여행, 버스킹, 자연 풍경으로 가득하다. 제작비 한계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 같지만 음악의 개성을 드러내는 가장 적절한 이미지로도 보인다.

 

"넉넉지 않은 제작비와 촉박한 시간의 제약 속에서 (제작을) 진행하기 때문에 더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아요. 멤버들이 직접 뮤직비디오 콘셉트를 구상하는데, 누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다른 멤버들이 그것을 토대로 방향을 잡습니다."

 

음악을 하는 이민자 2세로서 싸이를 비롯한 한류 뮤지션이 이룬 미국에서의 성공이 어떻게 느껴졌을까.

 

"(한국 팬과) 마찬가지였어요. 많이 놀랐고 무척 기뻤죠. 싸이가 그동안 (한국에서) 일군 성취가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하게 느껴졌습니다."

내한 공연 계획이 있는지 궁금했다. 앞서 여러 번 한국에 와봤다는 그들은 모두 한국어를 구사한다. 다만 밴드의 대변인인 제니퍼가 가장 능숙하단다.

 

"정말 한국에서 공연하고 싶어요. 부모님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어떨지 너무 궁금하고 흥미롭습니다. 저희가 부모님의 대변인 역할을 하게 되겠죠. 또 한국 관객들이 한국인의 외모에 외국 밴드처럼 공연하는 저희 모습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궁금합니다. 아, 한국적인 포크 음악도 많이 알아나가고 싶어요."

 

 

hapyr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11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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