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통행료 수거 중 부산요금소에서 차량째 사라져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차근호 기자 = 고속도로 통행료를 수거하던 현금 수송차량이 눈 깜짝할 새 사라졌다. 차량은 2㎞가량 떨어진 곳에서 11분만에 발견됐지만 2억1천900만원이 들어 있던 금고는 비어 있었다.
경찰은 범인이 차량 통행이 비교적 적은 새벽 시간대에 폐쇄회로(CC)TV를 피해 범행을 한 점 등으로 미뤄 내부 소행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운전자 자리 비운 사이 차량째 훔쳐 = 사건이 발생한 시각은 10일 오전 3시 28분께.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부산요금소 앞에 세워둔 현금 수송차량인 검은색 스타렉스 승합차를 괴한이 몰고 달아난 것이다.
현금 수송 대행업체 직원 2명이 부산요금소 사무실로 통행료를 수거하러 들어가는 등 업무를 보려고 차를 비웠다. 3명이 1개 조를 이뤄 근무해 왔지만 최근 1명이 퇴사하는 바람에 2명이 근무를 해왔다.
열쇠를 차 안에 꽂아둔 채 외부에서 리모컨으로 문을 잠그고 자리를 비운 사이 비상벨이 울렸다. 직원들이 다급하게 사무실 밖으로 나왔을 때는 차량이 회차로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차량 안에 있던 위치추적장치(GPS)를 확인한 결과 차량은 부산 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사건 발생 11분 뒤에 4㎞가량 떨어진 부산 금정구 청룡동 보호관찰소 앞에서 발견됐다.
◇ 'CCTV 사각지대' 피해 치밀하게 도주 =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요금소 CCTV에는 범인의 행적이 전혀 찍히지 않았다.
현금 수송차량이 요금소 사무실과 가장 가까운 곳인 계단 밑 CCTV 사각지대에 세워져 있어 범행 장면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또 범인들은 감시카메라가 없는 회차로를 이용해 순식간에 훔친 차를 몰고 빠져나갔다.
차량 안에는 위치추적장치가 장착돼 있어 쉽게 추적할 수 있는데 범인들은 요금소에서 4㎞정도 떨어진 곳에다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다.
회차로 입구 쪽에 CCTV가 한 대 더 있었지만 고장나 있었다.
◇ 현금 많이 모이고 통행차량 적은 시간에 범행 = 범인이 훔친 차량은 현금 수거 대행업체 소유다. 이 업체는 주 5일 같은 시간대에 영남권 고속도로 요금소를 돌며 전날 거둬 들인 통행료를 모아 은행에 입금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해당 차량 안에는 경북 경산요금소에서부터 영천, 경주, 서울산, 통도요금소 등 요금소 8곳에서 거둬들인 통행료 2억1천900만원이 실려 있었다. 하이패스 이용 차량이 늘어나 과거보다 현금은 줄었지만 주말 통행료를 수거하는 월요일 오전이 가장 현금이 많을 때다.
부산요금소 측은 대행업체 직원들이 이후 남양산과 물금요금소 쪽으로 향할 예정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범인들은 이미 여러 요금소에서 거둬들인 현금이 상당히 모인 시간대에 범행을 저질렀다.
날이 밝기 전 통행량이 비교적 적을 때 차량을 훔친 것도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목격자가 1명 있었지만 급하게 차량이 이동하는 장면만 목격해 수사에 큰 도움이 못 되는 상황이다.
◇ 10㎏짜리 포대 8개 옮겨야…공범 있을 듯 = 현금 수송 대행업체 직원들이 수거한 현금은 모두 8개의 포대에 담겨 있었다. 동전보다는 1만 원권 이하의 지폐 위주로 포대당 무게는 10㎏이 채 되지 않는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불과 몇 분만에 돈을 다른 곳으로 옮긴 사실로 미뤄 경찰은 미리 대기하던 차량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고가 있었지만 운전석 쪽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허술한 구조였다.
◇ 범인, 내부 사정 잘 아는 듯 = 경찰은 현금이 많고 통행량이 적은 시간대에 CCTV를 피해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점으로 미뤄 현금 수거 시스템 등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차량 수송업체 직원들이 왜 모두 자리를 비웠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는 한편 도주로로 추정되는 주변 도로의 CCTV와 차량용 블랙박스 등을 살펴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10 10:39 송고